비흡연 여성 ‘폐암’ 원인이 가스레인지?… 정말 사실일까

IT조선|김동명 기자|2025.10.25

국내 커뮤니티 사이에서 비흡연 여성임에도 폐암이 발병하는 이유가 ‘가정용 가스레인지’ 때문이라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가스 조리 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흡연 못지않게 폐에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뒷받침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온라인 상에서 ‘가정용 가스레인지’가 비흡연 여성의 폐암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인과 관계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AI 생성 이미지
온라인 상에서 ‘가정용 가스레인지’가 비흡연 여성의 폐암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확산되고 있지만 인과 관계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AI 생성 이미지

의료계 소식을 종합하면 최근 국내 대중들 사이에 2024년 미국 스탠퍼드대 환경연구소가 발표한 일반 가정의 가스레인지와 프로판 버너, 오븐에서 발암물질인 ‘벤젠(benzene)’이 다량 배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화재가 되고 있다.

연구진이 실제 가정에서 조리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가스 조리 중 실내 벤젠 농도가 전기레인지(인덕션) 대비 10~50배 높았다. 심지어 흡연자의 실내보다 농도가 높게 측정된 경우도 있었다.

벤젠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장기간 노출 시 백혈병 등 혈액암을 유발할 수 있다. 가스 연소 과정에서는 이외에도 이산화질소(NO₂) 와 일산화탄소(CO), 포름알데히드 등이 함께 배출된다.

특히 NO₂는 기도 염증과 천식을 악화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 기준치로 연평균 10㎍/㎥ 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는 주방의 경우, 요리 30분만에 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연구 결과다.

이 같은 결과는 특히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률이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 관심을 모았다. 중국 상하이·광둥 지역과 대만, 한국 일부 연구에서는 흡연 경험이 없는 여성의 폐암 원인이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 흄(cooking fumes)’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하이 여성 72만명을 10년간 추적한 역학조사에서는 ‘환기 불량 상태에서 고온 조리’를 자주 하는 여성의 폐암 위험이 1.49배 높았다. 연구진은 “특히 기름을 이용한 튀김, 볶음 조리 시 발생하는 에어로졸 입자에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알데하이드류, 벤젠류 등 발암성 물질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가스레인지 자체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단정적 주장이 등장했지만, 전문가들은 ‘가스 사용’과 ‘조리 연무(油煙)’가 함께 작용한 복합적 환경 요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한다.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미국 화학협회(ACC)가 2017년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바꾸라’는 공식 의견문을 냈다”는 주장도 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ACC는 당시 천연가스 정책과 관련된 산업 보고서를 냈을 뿐 가정용 가스레인지 교체를 권고한 적은 없다.

오히려 가스 사용 규제 움직임에 대해 산업계는 ‘천연가스는 여전히 청정에너지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주장은 일부 환경단체나 연구기관이 발표한 ‘가스 조리 시 건강 위해성’ 보고서가 온라인상에서 왜곡·확대된 결과로 보인다. 2023년 미국소아과학회(AAP)와 환경보건센터 등이 “가스 조리의 어린이 천식 유발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SNS를 통해 ‘가스 금지 운동’이 확산되면서 ACC의 입장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다.

학계는 아직 가스레인지 노출이 폐암을 직접 유발한다는 확증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선을 긋는다. 한 호흡기내과 전문의는 “벤젠은 주로 혈액암, NO₂는 천식·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과 연관이 명확하지만, 폐암과의 인과는 제한적”이라며 “다만 장기 노출 시 폐세포 손상이 누적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환경부 실내공기질 조사에서도 가스레인지가 있는 가정의 이산화질소 평균 농도가 전기 인덕션 사용 가정보다 1.5~2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특히 주방 환기가 어렵거나, 겨울철 창문을 닫아두는 경우 문제로 지적된다.

환경공학 전문가들은 “가스 조리를 완전히 중단하기보다 노출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의료계 역시 폐암 원인으로 흡연 이외에도 ▲조리 연무 ▲실내 공기오염 ▲라돈 노출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는 초미세먼지(PM2.5) 와의 관련성도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흡연자 여성의 폐암 증가세는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생활환경 전반의 공기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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