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윈이냐 버블이냐...빅테크 ‘AI 순환 파이낸싱’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2025.10.24
||2025.10.24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유력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AI 순환(Circularity) 투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윈윈 전략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선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엔비디아가 자사 칩 최대 구매 고객들 중 하나인 오픈AI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고, AMD는 오픈AI에 AI 칩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오픈AI에 저렴하게 자사 지분을10%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했다.
엔비디아는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에 칩을 공급하면서 회사 지분도 약 5% 보유하고 있다. 2032년까지 코어위브 미판매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을 전량 구매하기로 약속해 사실상 고객사를 후원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순환 파이낸싱(circular financing)은 A라는 기업이 거래 일환으로 다른 기업 B에 자금을 대고 B가 A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금 조달 방식은 투자, 대출, 리스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A가 B에 자금을 대지 않았다면 B가 A 제품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순환 파이낸싱은 낙관적인 투자자들에게 이는 윈윈(win-win)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AI 생태계가 거품 상태이며 기업 간 상호 보조와 의존 없이는 확장 불가능하다는 회의론자들에게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순환 파이낸싱의 중심에 서 있는 오픈AI는 상장사가 아니어서 재무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가 투입하는 자금은 오픈AI가 인프라 구축 비용을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엔비디아도 투자를 하면서 오픈AI에 칩을 팔아 매출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AI데이터센터 열기가 식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엔비디아 같은 회사들은 매출 가소와 투자 지분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오픈AI,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AMD, 코어위브 간 자본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AI 생태계을 도식화했는데, 이들을 연결하는 화살표들은 마치 한 접시 스파게티를 연상시킨다고 WSJ은 전했다.
오픈AI는 최근 약 5년간 오라클로부터 3000억 달러 상당 컴퓨팅 파워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오픈AI가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엔비디아 1000억 달러 투자가 무산될 경우에도 여전히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고 WSJ은 전했다.
닷컴 버블이 한창일 때는 공급 업체가 고객사에 돈을 빌려주고 구입하도록 하는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이 유행했다.
WSJ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보면 벤더 파이낸싱은 주로 통신 장비 제조사들이 고객사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신용을 제공해 고객사가 자사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였다.
벤더 파이낸싱이 좋은 결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악용된 사례들도 있었다. WSJ에 따르면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루슨트는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구축 중인 신생 통신 사업자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대출해줬고 이는루슨트 매출이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고객사들이 현금을 소진하고 신규 자본을 조달하는데 실패해 파산하자 루슨트는 부실 채권을 정리하며 막대한 손실을 봐야 했다고 WSJ은 전했다.
물론 벤더 파이낸싱은 최근 확산되는 순환 파이낸싱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서로 많이 엮여 있다는 점에선 유사한 측면이 있다. 오픈AI 등이 막대한 자본 지출을 정당화할 만큼 수익을 낸다면 순환 파이낸싱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성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이 대규모 자본 투입을 요구하는 AI 모델 개발의 미래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에 지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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