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벗은 카카오… AI·핀테크 속도전 가나
||2025.10.22
||2025.10.22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라는 가장 큰 불확실성을 털어냈다. 카카오톡 논란과 AI 전환 과제 등 난제를 안고 있던 카카오는 이번 판결로 경영 불안을 덜고 AI·핀테크 중심의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장 양환승)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비롯해 카카오 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법인까지 무죄를 선고했다. 시세조종 공모를 입증할 증거 부족이 이유다. 이들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했다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선고 이후 김범수 창업자는 “그동안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사내공지를 통해 “서울남부지법이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을 비롯해 함께 기소된 전·현직 직원과 카카오 법인 모두에 무죄를 선고했다”며 “3년 가까이 카카오를 따라다닌 무거운 오해와 부담이 조금은 걷힌 날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최종 결론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지만 우리가 함께 일하는 카카오가 ‘위법한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 법적으로 확인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와 신뢰의 흔들림 등 복잡한 문제들을 마주하며 사회적 믿음을 회복하고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상의 시나리오 현실화
카카오는 이번 판결로 창업자와 법인 모두에 걸린 사법 리스크를 해소했다. 이번 재판은 김범수 창업자뿐 아니라 카카오에 중요한 재판이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카카오가 추진하려는 신사업에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서다.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 법인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이번 1심 선고는 카카오에 최상의 시나리오다. 만약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일정량을 매각해야 했다. 이 경우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이 위태로워진다.
김범수 창업자만 유죄였다면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지만 오너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해 카카오 그룹 전체를 이끄는 정신아 대표의 부담이 계속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창업자는 무죄인데 카카오 법인이 유죄라면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각해야 해 핀테크를 비롯한 신사업 타격이 불가피했다. 김 창업자와 법인 모두 유죄였다면 신사업 영역 확장이 아니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카카오 그룹 전체의 신뢰 회복 및 주주가치·브랜드가치 제고에 집중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나온 이번 판결은 정신아 대표의 어깨에서 부담을 덜어준 셈이다.
AI·핀테크에 역량 집중할 듯
정신아 대표는 이번 판결에 앞서 10월 13일 주주서한을 통해 AI 중심 서비스 재편 계획도 미리 발표했다. 무죄 선고를 받은 21일 카카오는 전일 대비 5.95% 오른 6만2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정 대표가 주주서한을 보낸 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9월 23일 15년 만에 진행한 카카오톡 업데이트로 앱 평점이 1점까지 떨어지고 ‘쉰내 나는 인스타그램’이라는 오명을 쓴 채 주가가 5만8000원대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가 주주들에게 제시한 카드가 AI 서비스다.
정신아 대표는 주주서한에서 ‘챗GPT 포 카카오(ChatGPT for Kakao)’와 온디바이스 AI ‘카나나 인 카카오톡(Kanana in Kakaotalk)’을 통해 이용자의 일상을 다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챗GPT 포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 탭에서 오픈AI의 ‘GPT-5’와 대화하는 기능을 말한다.
카카오톡 대화를 친구에게 전달·복사하듯 챗GPT와 실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현재 검색 기능이 유명무실한 샵(#)검색을 자체 AI ‘카나나’ 기반 AI 검색으로 바꾸고 AI가 일정관리, 정보 안내, 상품 추천 등을 수행하는 서비스다.
업계는 카카오톡 기반 AI 서비스가 시장에 안착하면 광고과 콘텐츠 수익 중심 카카오 비즈니스 모델에 구독 수익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시장 선점까지 내다보고 있다. 정 대표는 앞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국내 B2C AI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원화 스테이블 코인도 카카오가 노리는 신사업 분야 중 하나다. 정 대표는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스테이블 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노리는 대표 기업은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토스다. 핀테크 간편결제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다. 이번 무죄 선고로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 위험이 줄어든 만큼 카카오는 해당 분야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에 10월 중 ‘챗GPTx카카오톡’이 출시돼 채팅 탭에서 AI 대화가 가능해지면 카카오는 단순 질의응답뿐 아니라 카카오맵, 톡캘린더, 선물하기, 멜론 등 서비스와 연결하고 향후 페이, 모빌리티 등 카카오 생태계와 외부 서비스까지 확장할 계획이다”라며 “현재 카카오 이익 대부분이 광고와 커머스에서 창출되는데 AI 서비스가 성공한다면 빠르면 내년 1분기부터 ‘구독’이라는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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