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이 뭔데? [새책]
||2025.10.19
||2025.10.19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이 뭔데?
권용진·권수경 지음 | 어포인트 | 300쪽 | 1만9800원
“2024년에서 2025년에 이르는 동안, 전 세계 뉴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고, 유럽연합은 ‘MiCA법’을 시행했다. 싱가포르는 한발 앞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며 스스로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허브’로 선언했다. 한국 국회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가 오르내렸다. 짧은 기간 안에 왜 이토록 많은 나라들이 스테이블코인에 매달리게 된 것일까?”
돈의 본질을 기술의 언어로 다시 해석한 책이 나왔다. 새책 '그래서 스테이블코인이 뭔데'이다.
스타벅스 캐시나 신세계 상품권, 은행 앱에 찍힌 숫자까지 모두 특정 네트워크 안에서만 가치를 지니는 ‘기업의 돈’이라는 사실을 짚으며, 우리 모두가 자각 없이 ‘누군가의 시스템 안’에서 돈을 쓰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신세계 상품권이 네트워크를 벗어나면 바로 할인 거래되는 이유가 곧 현재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 벽을 깨는 기술로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을 제시한다. 특정 주인이 없는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경계 없는 화폐의 시대가 이미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를 공상처럼 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정책 변화와 글로벌 규제,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인 PYUSD의 실제 개발 과정, 수십 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으로 성장한 시장 데이터가 근거로 등장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송금 수단을 넘어 ‘금융 OS’로 작동한다. 지갑 하나로 전 세계 17억 명의 미은행 인구가 금융 서비스에 접근하고, 근무 시간만큼 실시간으로 월급이 정산되며, 콘텐츠 시청 시간에 따라 0.01원 단위까지 자동 지급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강남 빌딩을 10만 원 단위로 나눠 공동 소유하거나, 동네 빵집에 소액 투자해 매일 매출 일부를 배당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는 대형 금융기관의 특권이 아닌, 누구나 금융 상품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금융 앱스토어’의 출현을 뜻한다.
하지만 책은 무조건적인 낙관을 경계한다. 테라·루나 사태가 남긴 교훈, 코드 한 줄의 오류로 재산을 잃는 위험, 자금세탁과 해킹 리스크, 각국 규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실존하는 문제다. 저자는 기술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지점을 피하지 않고 짚어낸다. 그럼에도 그는 이 흐름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이라고 단언한다. 과거 “인터넷 없이도 살 수 있다”는 말이 무의미해졌듯, 스테이블코인 없는 금융도 곧 상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지막은 골드러시의 비유로 정리된다. 금을 캐는 이들보다 곡괭이를 판 사람들이 진짜 부를 쥐었듯,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승자는 이더리움, 테더, 서클, 체인링크 같은 인프라 플레이어와 결제 네트워크를 장악한 기존 금융사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돈의 주인이 바뀌는 거대한 전환 앞에서 우리가 ‘사용자’로 남을 것인지, ‘주인’이 될 것인지를 묻는 일종의 안내서다. 스테이블코인은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금융의 기본값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남는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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