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비만’ 질병으로 인정하고 치료제 건보 적용하나
||2025.10.15
||2025.10.15
국내에서 비만을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정하고, 고도비만 환자를 중심으로 비만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가 국내 사정에 맞춰 근거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그간 의료계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돼온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급여화 논의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비만치료제(GLP-1) 급여화 관련 제도·입법 검토’ 자료를 통해 건강보험법 및 관련 고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평가 기준 등 GLP-1 계열 약물의 치료 목적 사용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국회 공식 연구기관이 비만 치료제 급여화의 구체적 실행 가능성을 언급한 첫 사례다. 조사처는 특히 ‘초고도비만’ 및 ‘합병증 위험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는 단계적 급여화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체질량지수(BMI) 35 이상, 또는 ▲BMI 30 이상이면서 2개 이상의 동반질환(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가진 경우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급여 적용 근거를 신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BMI 25 이상이면 비만, 35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된다.
비만 치료제 급여화를 주장해온 의료계는 이번 검토 결과를 환영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면 급여화는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고도비만자나 저소득층 등 제한된 대상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비급여 상태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만 약을 맞고, 진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접근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학계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초고도비만자를 대상으로 한정한다면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환자를 우선순위로 놓고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오남용 우려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모두 비급여로, 환자가 월 30만~40만원을 전액 부담한다. 위절제술 등 일부 수술만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국내 비만 치료제 급여화 논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사례도 등장했다.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 사실상 급여 등재의 팔부능선을 넘었다.
오젬픽은 세계적으로 GLP-1 계열 치료제의 대표 주자로, 혈당 조절 효과는 물론 심혈관·신장질환 위험 감소 효과까지 입증돼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으로도 등재돼 있다.
약평위는 오젬픽이 “제2형 당뇨병 조절이 충분하지 않은 성인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보조제(다른 당뇨병치료제와 병용투여)로 효과를 인정받았다”며 급여 적정성을 부여했다. 그간 전문가들이 ‘1차 혹은 2차 치료제로 조기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국내에서는 급여화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 부담이 컸다. 이번 결정으로 당뇨병 환자의 치료 옵션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오젬픽은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동일한 세마글루티드 성분을 사용하고 있어 향후 비만 적응증 확대 및 급여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높다. 현재 오젬픽은 비만 적응증이 없어 비만 치료제로 쓰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적응증 외 처방(off-label) 형태로 일부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다만 위고비 등 GLP-1 계열 약물이 국내에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과잉 처방 및 오남용 논란이 불거진 만큼, 향후 급여 등재 시에는 처방 기준과 청구 데이터 모니터링 등 관리 장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방향성 전환에 대한 요구도 존재한다. 서미화 의원은 “비만은 단순히 몸무게 문제가 아니라 당뇨, 암, 심장질환 등 중증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예방적 치료의 관점에서 우리 현실에 맞는 비만 치료제 급여화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고도비만을 중심으로 한 단계적 급여화 논의가 제도권 검토 단계로 진입하면서, ‘비만은 질병’이라는 인식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양세다”라며 “GLP-1 계열 약물의 급여 적용은 단순한 약제 보장성 확대를 넘어, 향후 국가 건강보험 재정 운용과 만성질환 예방 전략의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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