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환과 사법 리스크… 카카오, 10월 시험대 오른다
||2025.10.14
||2025.10.14
10월은 카카오에 중대한 분기점이 되는 달이다. 한쪽에서는 카카오톡에 챗GPT와 자체 AI ‘카나나’를 탑재해 AI 플랫폼 전환에 나서고, 다른 한쪽에서는 김범수 창업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과 법, 두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는 이번 달은 카카오의 미래 방향을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리버스 엔지니어 티보 블라호는 X(트위터)를 통해 챗GPT 웹 애플리케이션에 새로 추가된 ‘챗GPT 인 카카오톡’ 계정 연결 메뉴 사진을 공개했다. 카카오톡의 챗GPT 탑재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블라호는 앞서 GPT-5 출시 시점 단서를 포착해 공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외부에서 챗GPT 연동 정황이 포착되자, 카카오도 같은 날 공식적으로 움직였다. 정신아 대표는 주주 서한을 통해 “AI와 카카오톡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에 이어 AI 시대에도 B2C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 변수, 즉 AI 전환과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AI 탑재로 반전 노리는 카카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오픈AI의 챗GPT와 자체 개발 AI ‘카나나’를 동시에 적용한다. ‘챗GPT 포 카카오’는 별도 앱을 실행하지 않고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GPT-5를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커스텀GPT나 프로젝트 기능은 제외하고 기본 채팅 기능만 연동된다.
‘카나나 인 카카오톡’은 안 읽은 대화방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보이스톡 통화 내용을 정리해 주는 형태로 적용된다. 두 AI를 카카오톡 내부 서비스로 융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가 9월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후 악화된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지 여부다. 앞서 카카오는 9월 23일 단행한 카카오톡 UI 업데이트로 이용자 반발에 직면했다. 친구 탭을 피드 형태로 바꾸면서 “인스타그램을 억지로 따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픈채팅 탭을 ‘지금탭’으로 바꾸며 숏폼 콘텐츠를 노출한 것도 반감을 샀다. 미성년 자녀를 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강제 노출”이라는 불만이 나왔다.
이 여파는 주가에도 즉각 반영됐다. 9월 19일 6만8500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업데이트 이후 29일 5만8800원으로 떨어졌다. 10월 13일 종가는 5만9800원이었다. 시가총액으로 약 3조원이 증발했다. 카카오톡 UI 개편 한 번이 불러온 결과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 걸린 재판
AI 서비스가 단기 변수라면, 사법 리스크는 카카오의 장기 변수다.
김범수 창업자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의혹 사건으로 10월 21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관건은 김범수 개인의 형량이 아니라 카카오 법인의 책임이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 형사 처벌을 받을 경우, 금융위원회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적격성을 재검토하게 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산업자본임에도 높은 지분을 보유할 수 있지만, 대신 대주주 적격성을 유지해야 한다. 만약 법원이 카카오 법인에 유죄를 선고하면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 의결권 행사 제한, 초과 지분 매각 명령 등이 그 수단이다.
극단적인 경우 금융위는 카카오에 카카오뱅크 지분 중 의결권이 있는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의 핵심 계열사다.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총포괄손익은 4935억원으로, 카카오 주요 관계기업·공동기업 전체(5228억원)의 약 94%를 차지한다. 만약 대주주 지위를 잃는다면 그룹 전체 수익 구조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경전 한국AI서비스학회장(경희대 교수)은 “네트워크 효과나 락인 효과만 믿으면 안 된다”며 “PC에서 피처폰, 스마트폰으로 넘어올 때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듯 AI 시대에도 메신저 서비스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는 독자 AI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챗GPT를 카카오톡과 결합해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5000만 명이 락인된 플랫폼이라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무너질 수 있는 ‘혁명 전야’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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