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전기차 시대 본격 진입… 멀티 에너지 전략 가속
||2025.10.09
||2025.10.09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전기차 시대를 향한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수십 년간 내연기관 예술의 정점을 찍은 페라리는 브랜드 첫 양산형 전기차 아키텍처를 공개하며 ‘멀티 에너지 전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8일(현지시각) 페라리는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e-빌딩’에서 열린 ‘테크놀로지 & 이노베이션 워크숍(Technology & Innovation Workshop)’에서 브랜드 첫 전기 아키텍처 ‘페라리 일레트리카(Ferrari Elettrica)’와 주요 핵심 부품을 공개했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페라리는 새로운 혁신의 시대로 진입했다”며 “페라리 일레트리카는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 아키텍처이자, 내연기관·하이브리드(HEV·PHEV)·전기차를 모두 아우르는 멀티 에너지 전략의 결정적 이정표”라고 밝혔다.
페라리 일레트리카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페라리는 2009년 포뮬러원(F1) 레이스카에서 파생된 첫 하이브리드 솔루션을 바탕으로 전동화 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599 HY-KERS 프로토타입’, ‘라페라리(LaFerrari)’,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F90 스트라달레’, ‘296 GTB’, ‘849 테스타로사’ 등을 거치며 전기차 핵심 기술을 축적해왔다.
일레트리카는 배터리를 앞뒤 차축 사이에 배치하고 차체에 통합한 구조가 특징이다. 짧은 오버행(범퍼 끝단과 바퀴축 사이 거리)과 프런트 액슬에 가까운 운전석 배치로 무게 배분을 최적화했다. 전체 하중의 85%를 차체의 가장 낮은 부분에 집중시켜 무게 중심을 내연기관 모델보다 80밀리미터(㎜) 낮췄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를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페라리는 이번 전기 아키텍처를 위해 60건 이상의 독자 특허를 확보했다. 특히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섀시와 바디쉘을 75%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다. 그 결과 차량 1대 생산 시 약 6.7톤(t)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앞뒤 차축에 탑재된 두 개의 전기 액슬 역시 100% 자체 개발했다. 각 액슬에는 F1 기술을 기반으로 양산 모델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할바흐 배열 로터(Halbach array rotors)’와 동기식 영구자석 모터가 한 쌍씩 탑재됐다. 할바흐 배열 로터는 자기장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켜 자속 손실을 최소화하는 고급 자석 배열 기술이다.
프런트 액슬은 출력 밀도 3.23kW/㎏, 효율 93%를 기록하며, 리어 액슬은 출력 밀도 4.8kW/㎏를 발휘한다. 프런트 인버터는 최대 300킬로와트(kW)의 출력을 내며 액슬과 완전 통합된 구조로 설계됐다. 무게는 불과 9㎏에 그친다.
페라리는 SK온에서 공급받은 배터리를 기반으로 자체 설계한 배터리 팩을 탑재했다. e-빌딩에서 직접 설계·조립되는 이 배터리 팩은 14개 셀을 묶은 모듈 15개로 구성돼 있으며 에너지 밀도는 195Wh/㎏에 달한다. 이는 현재 양산 전기차 중 최고 수준이다.
냉각 시스템도 성능과 열 분배를 최적화하도록 설계됐으며, 배터리 모듈을 알루미늄으로 감싸 충격 안전성을 높였다.
페라리 일레트리카는 ▲레인지(Range) ▲투어(Tour) ▲퍼포먼스(Performance) 등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모드별로 에너지 사용량, 가용 출력, 트랙션(구동력)이 조정되며,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 패들을 통해 출력과 토크를 5단계로 직접 제어할 수 있다.
여기에 페라리 특유의 주행 감각을 살리기 위해 차량 제어 유닛(Vehicle Control Unit, VCU)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서스펜션·트랙션·스티어링 등 주요 동적 변수를 초당 200회 감지해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페라리는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분리형 리어 서브프레임’ 방식을 적용했다. 리어 서브프레임에 부싱을 적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NVH)을 3데시벨(㏈) 줄였으며, 재활용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CO₂ 배출을 68% 감축하고 무게도 3㎏ 절감했다.
페라리는 2026년 초 ‘페라리 일레트리카’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후 기술과 디자인을 완성한 양산형 모델을 전 세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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