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사용한 ‘타이레놀’ 자폐증 유발 논란… 임산부 안전 괜찮나
||2025.09.28
||2025.09.28
세계적으로 70년 넘게 해열·진통제로 사용돼온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발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임산부와 신생아까지 널리 쓰여온 약인 만큼 안전성 우려와 혼란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아이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식품의약국(FDA)에 강력한 경고 라벨 부착과 의사 대상 안내를 지시했다. 임신 중은 물론 출산 후 영유아에게도 투여를 자제하라는 내용이다.
타이레놀은 1955년 미국 출시 이후 해열·진통제의 대명사로 자리잡아 왔다. 특히 임산부가 복용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진통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국내외 산부인과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처방돼 왔다.
타이레놀과 자폐증을 연관시킨 이들의 근거는 일부 역학 조사다. 몇몇 국제 연구에서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이 자폐증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발생 위험을 소폭 높였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모두 관찰 연구로 발열·감염 같은 임신 중 질환 자체가 위험 요인일 수 있다는 ‘교란 변수(confounding factor)’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모체태아의학회(SMFM) 등 주요 학술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현재까지의 자료는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며 “정부가 불확실한 근거로 국민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임산부가 타이레놀 복용을 중단하면 고열을 방치할 수 있고, 이는 오히려 태아 신경발달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 안전 책임자인 앨리슨 케이브 박사는 “오히려 임신하고 열이 나거나 통증이 있을 때 치료하지 않으면 태아에게 위험하다”고 말했다.
연구 설계와 결과가 엇갈린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일부 소규모 조사에서는 위험 증가가 나타났지만, 스웨덴 등 대규모 코호트의 형제 비교 연구에선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사이의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제약업계 역시 “수십 년간 축적된 임상 자료에서 자폐증 유발 근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타이레놀 제조사인 켄뷰는 “여러 세대에 걸쳐 각 가정에선 타이레놀을 신뢰했는데, 이는 타이레놀이 역사상 가장 많이 연구된 약물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10년 이상의 엄격한 연구는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을 연관시키는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없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 “아세트아미노펜은 주요 의료 전문가의 권고 및 제품 라벨에 따라 통증 완화 및 발열 감소를 위한 첫 방어선으로 사용된다”며 “임신 초기에 고열과 통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임신에 대한 잠재적 위험으로 널리 인식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산모의 진통·해열 치료 공백과 대체 약제의 부작용 등 새로운 위험이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글로벌과 각국의 권위있는 기관들까지 나서 사태를 진화하는 모습이다.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자폐와 아세트아미노펜의 역할에 대해 인과적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일부 연구에서 타이레놀 성분이 자폐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다른) 여러 연구에서는 연관성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미국 정부의 타이레놀에 대한 발표와 관련해 현재 시점에서 국내 임산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기존 사용상의 주의 사항대로 의사, 약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고 복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임신 초기 38℃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면 태아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심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복용량은 하루에 4000㎎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통증 완화에 사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등)는 태아 신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임신 20~30주에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량을 최단기간 사용하고, 임신 30주 이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인별로 의료적 상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임산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복용하기 전에 의약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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