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멕시코산 車에도 고율 관세… 기아, 중남미 공략 강화
||2025.09.23
||2025.09.23
한·미 후속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국이 멕시코산 자동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멕시코에서 연간 40만대를 생산하는 기아의 실적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기아는 현지 생산 규모를 확대하며 중남미 시장 공략에 힘을 싣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간 멕시코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받지 않았다. 여기에 낮은 임금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멕시코를 수출 기지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인하 협상에 실패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미국은 멕시코산 자동차에 기본 25%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산 부품을 75% 이상 사용하더라도 15%의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에도 기아는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고 있다. 이는 중남미 내수 판매 확대를 통해 미국향 물량 감소분을 상쇄하고, 현지에서의 실적 호조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아의 멕시코 현지 생산과 내수 판매는 모두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멕시코 국가통계지리정보원(INEGI) 자료를 살펴보면 기아는 올해 1~8월 몬테레이 공장에서 총 19만대를 생산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수치다. 공장 가동률 역시 지난해 67.7%에서 올해 상반기 80.4%로 상승했다.
현재 기아는 멕시코 현지 생산량의 75%를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수출하고 25%는 내수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특히 올해 1~8월에는 신차 효과가 더해지며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지 판매량은 7만2000여대로,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기아는 소형 세단 K4를 앞세워 중남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K4는 유럽 전략 모델 ‘씨드(Ceed)’의 후속 차량으로 2024년 8월 멕시코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씨드가 유럽 전용 모델이었던 것과 달리 K4는 세계 전략 모델로 개발됐으며 생산 거점도 슬로바키아 질리나에서 멕시코로 이전했다.
낮은 가격과 성능을 갖춘 K4는 출시 이후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출시 후 한 달 평균 판매량은 1만5000대 수준이다. 이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단일 차종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멕시코의 시장 규모도 기아가 공을 들이는 이유다. 멕시코는 브라질에 이어 중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신차 시장으로 2024년 전체 판매량은 140만대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9.9% 성장한 규모다.
성장 잠재력을 주목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멕시코 생산을 늘리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는 올해 1~8월 생산량이 전년 대비 1.8% 증가한 58만대를 기록했고, 일본 닛산은 같은 기간 45만대를 생산하며 전년 대비 1.6% 늘었다.
기아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도요타자동차는 같은 기간 21만대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했다. 중국 창안자동차도 23% 늘어난 2만대를 생산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의 생산 확대가 K4의 판매 호조와 맞물리면서 중남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멕시코산 물량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기아는 수출·수익 감소분을 만회하기 위해 중남미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K4가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 호조를 보이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아가 멕시코 공장 가동률을 높였지만 여전히 글로벌 공장 중에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생산 확대 여지가 크며 이는 현지 판매량 증가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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