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 슈퍼카 고객들은 왜 전기차를 거부하는가 [원선웅의 인사이트]
||2025.09.23
||2025.09.23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앞다투어 선언했습니다. 내연기관의 시대는 곧 막을 내리고, 전기차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처럼 보였죠. 그러나 2025년 현재, 특히 초고가 럭셔리와 슈퍼카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기 슈퍼카에 대한 수요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자, 브랜드들이 다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럭셔리 브랜드, 전환 속도를 늦추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판매 차량의 8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략을 수정해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번에 전동화를 밀어붙이기보다는, 고객들이 실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에 맞추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죠.
메르세데스-벤츠도 마찬가지입니다. EQ 브랜드를 내세워 전기차에 힘을 줬지만 판매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관세 문제까지 겹치자 일부 모델의 주문을 중단했습니다. BMW 또한 “내연기관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전동화 목표를 한 발 물린 상태입니다.
벤틀리 역시 눈길을 끕니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을 완전히 퇴출하겠다고 했던 ‘Beyond100’ 전략을 수정해, 내연기관의 수명을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죠. 벤틀리 CEO 프랑크-슈테펜 발리저는 “럭셔리 전기차 수요는 여전히 부족하며, 고객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슈퍼카·하이퍼카, 전기차를 거부하는 시장
슈퍼카와 하이퍼카 브랜드는 전기차에 대해 더욱 단호합니다. 부가티와 리막을 이끄는 마테 리막은 “고객들이 전기 하이퍼카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고, 코닉세그의 CEO도 “초고성능 전기차에 대한 시장 수요는 극히 낮다”라고 전했습니다.
람보르기니도 같은 맥락입니다. 스테판 윙켈만 CEO는 “빠른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고객이 원하는 건 내연기관이 주는 감성과 로망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로 예정됐던 ‘란자도르’는 출시 시기를 2029년 이후로 늦췄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바뀔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페라리 역시 전기 슈퍼카를 준비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지속 가능한 수요는 거의 없다”라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결국 이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가속 성능이 아니라, 브랜드의 상징성과 감성적 경험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초고가 고객층이 전기차에 냉담한 이유
대중 소비자에게 전기차의 매력은 연료비 절약과 유지비 절감입니다. 오일 교환이나 엔진 정비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크죠. 하지만 슈퍼카와 초고가 럭셔리카 구매자에게 이런 장점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상징이고, 오랜 꿈을 실현하는 대상입니다. 고회전 엔진이 내는 굉음과 변속 시의 진동, 운전자가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은 전기 모터의 즉각적인 가속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죠. 그렇기에 이들의 관심은 여전히 내연기관에 머물러 있고, 브랜드들도 그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전기차의 미래, 다만 더 긴 시간표로
이 흐름이 전기차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초기의 과도한 낙관론이 현실과 부딪히며, 전동화 전환이 한 발 늦춰지고 있을 뿐입니다. 초고가 브랜드들은 여전히 전동화를 미래 전략으로 두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병행하는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전기 슈퍼카가 시장의 중심에 설 날이 오겠죠.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고객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강렬한 굉음을 내뿜는 내연기관 슈퍼카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초고가 브랜드들이 전동화의 속도를 늦추는 이유입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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