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랑은 다른 세상이네…” 해외에서 ‘번호판’ 수십억에 팔리는 이유
||2025.09.23
||2025.09.23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차량 번호판조차도 그 상징성의 일부로 기능하면서, 하나의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에서 차량 번호판은 정부가 정한 규격과 조합에 따라 발급되는 ‘식별용’ 도구에 불과하지만, 미국·일본·태국·중동 등지에서는 이 번호판이 ‘움직이는 명함’이자, ‘창의적 표현 수단’으로 인식된다. 같은 자동차를 타더라도 ‘어떤 번호판을 달고 있느가’에 따라 존재감이 달라지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베니티 플레이트(Vanity Plate)’ 문화다. 이는 운전자가 희망하는 문구, 이니셜, 숫자 등을 조합해 자신만의 번호판을 만드는 제도다. 단순히 “123가 1234″와 같은 숫자 조합이 아닌 “LOVEWINS”, “NOTL8(늦지 않아)” 같은 유머러스하거나 신념이 담긴 문구들이 실제 도로를 누빈다.
번호판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미국 델라웨어주의 경우 고유 번호 시스템 덕분에 한 자리 혹은 두 자리 숫자가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11’이라는 단 두 자리 숫자가 적힌 번호판이 경매에서 약 2,400만 달러(한화 약 330억 원)에 낙찰된 사례도 있다. 이는 단순한 희소성을 넘어, 역사성과 사회적 지위가 투영된 ‘상징물’로 기능한다.
이 외에도 중동의 부유한 국가들, 특히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는 이 문화가 극단적으로 발전했다. 단 한 자리 숫자의 번호판은 권력층과 왕족, 억만장자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그 가격은 수백억 원에 달한다. 실제로 두바이에서 ‘1’이 새겨진 번호판이 약 140억 원에 낙찰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번호판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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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미국처럼 자유로운 문구 커스터마이징은 제한되지만, 지역성과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가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것이 ‘그림 번호판’이다. 예를 들어 훗카이도 삿포로는 눈꽃 문양, 오사카는 상징 건축물이 그려진 디자인으로 번호판을 꾸밀 수 있다. 이는 지역에 따라 시민들이 고를 수 있으며, 지역 애착심과 관광 활성화라는 효과도 거둔다.
또한 일본에서는 ‘희망 번호제’를 통해 특정 숫자 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8888’이나 ‘7777’ 같은 숫자가 인기가 많으며, 경쟁률이 높을 경우 추첨을 통해 배정된다. 한국에서도 일부 적용되고 있지만, 일본은 이 제도를 일찍부터 안착시켰고 지역 교통국마다 다른 디자인도 적용돼 시각적인 개성 또한 확보됐다.
이외에도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전구의 열로 눈을 녹여 번호판 시인성을 확보하는 ‘자광식 번호판’이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역 특성과 실용성을 고려한 디자인은 일본 번호판 문화의 창의서과 섬세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며, 작은 번호판에도 기능성과 디자인까지 부여하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담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희망 번호제’가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제한된 숫자 조합 선택만 가능하며, 문구나 디자인 커스터마이징은 허용되지 않는다. 차량 관리와 법 집행의 효율성을 이유로 들지만, 해외 사례처럼 번호판의 수익화를 통해 공공 기금을 마련하거나 지역 문화를 활성화하는 방향성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지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나만의 번호판’을 원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고급차를 넘어서, ‘개성’과 ‘브랜딩’이 중요해지는 시대이며, 앞으로 한국의 번호판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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