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옵션 이제 없어져” 소프트웨어로 돈 벌겠다는 자동차 브랜드, 어떤 방법일까?
||2025.09.23
||2025.09.23
한때 자동차 구매의 로망은 당연히 ‘풀옵션’이었다. 가장 비싼 트림을 선택하고, 모든 사양을 넣는 것이 프리미엄 소비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자동차 업계가 ‘기능을 한 번에 사는 방식’이 아닌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구독’하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서막은 BMW의 ‘열선 시트 구독’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차량에 이미 장착된 열선 시트 하드웨어에 대해 매월 일정 구독료를 지불해야만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한 BMW의 정책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돈을 주고 산 차에 내장된 기능을 또 돈 내고 쓰라니”, “이건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BMW는 일부 시장에서 이 정책을 철회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차량 기능을 구매 시점에 모두 결정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운전자가 필요할 때만, 원하는 기능을, 원하는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가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스키장에 갈 때만 3일간 열선 시트를 켜고, 장거리 운전 시에만 차선 유지 보조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구독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편의 장비뿐 아니라, 실시간 내비게이션 트래픽 정보,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콘텐츠, 원격 진단 및 정비 예측 서비스까지 다양한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능’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OTA(Over-the-Air,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을 온라인으로 활성화·비활성화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불필요한 기능에 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줄이고, 실제로 필요한 기능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차량 판매 이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준다.
이러한 온디맨드 서비스의 등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에게는 명확한 비즈니스 논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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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기존 하드웨어 기반 수익 모델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차량 판매는 일회성 수익에 그치는 반면, 구독 서비스는 차량이 도로 위에 존재하는 수년간 꾸준한 수익을 제공한다. 고객이 옵션을 다 넣지 않고도 나중에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구조는 더 많은 소비자층을 포섭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둘째, 차량의 생애 주기 전체에 걸친 ‘수익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새 차를 산 고객뿐 아니라, 중고차 구매자나 단기 렌터카 이용자도 특정 기능을 원할 때만 비용을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자동차는 점점 ‘유지비용을 발생시키는 디지털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셋째, 이 모든 과정에서 수집되는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크다. 제조사는 운전 습관, 기능 사용 패턴, 차량 상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예측 유지보수·보험 요율 연동·광고 타깃팅 등 새로운 수익 모델까지 연결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비싸더라도 모든 옵션을 한 번에 사고 끝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차량을 오래 사용하는 동안 계속해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은 점점 구독 중심의 사용자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 차량을 개인화하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더욱 스마트한 경험을 제공하는 이 흐름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수익 다변화 전략이자, 소비자와의 관계를 장기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풀옵션’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필요한 기능만 꺼내 쓰는 디지털 플랫폼’이 된다. 소비자는 기능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하고 경험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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