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암 ‘자가’ 치료제 개발 활발… 재택 치료 시대 열리나
||2025.09.14
||2025.09.14
정맥주사(IV)로 투여하던 혁신 신약들이 피하 주사 제형(SC)으로 개발되면서 치료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환자가 집에서도 스스로 치료를 투약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 아이클릭’을 정식 승인했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이 항체치료제는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해 치매 진행을 늦춘다.
기존 주사제는 2주마다 1시간 이상 의료기간에 머물며 정맥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레켐비 아이클릭은 주 1회 15초면 주사가 끝난다.
해당 치료제는 초기 치료 18개월을 마친 환자부터 사용이 가능하다.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앞으로 신규 환자 적용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도 순차적으로 허가를 검토하지만 실제 가정 투여가 이뤄지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뿐 아니라 암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면역항암제도 잇따라 자가주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세계 매출 1위 항암제인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정맥주사 시 30분~2시간이 걸리지만, 피하주사 제형 키트루다SC는 2~3분 내 투여 가능하다. 키트루다 SC는 이달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으며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은 이미 폐암·간암·피부암 치료에서 SC제형으로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티쎈트릭은 기존 주사제형 투여 시간인 30~60분에서 7분으로 줄었다.
같은 회사의 ‘페스코(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는 유방암 표적치료제 허셉틴과 퍼제타를 하나의 피하주사로 결합해 치료 시간을 90% 단축했다. 존슨앤드존슨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도 SC 제형을 4주 간격으로 렉라자와 병용해도 효과가 유지된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 미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미국 BMS의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등도 피하주사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즉, 종양학의 ‘빅 파이브’라 불리는 주요 면역항암제들이 모두 자가주사 대열에 속속 합류하는 모습이다.
자가주사는 단순히 ‘편리함’만 장점인 것은 아니다. 병원 인프라와 건강보험 재정에도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우선 수십 분~수시간 걸리던 병원 체류가 수 분 이내로 줄어 병실 회전율이 높아지고 간호 인력 부담이 감소한다. 또한 시골·도서 지역 고령 환자도 집에서 맞을 수 있어 의료 형평성이 높아진다. 더불어 정맥제형을 피하주사로 전환하면 특허 연장(라인 익스텐션) 효과와 함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안전성·장기효과 데이터가 아직 제한적이다. 정맥 투여에 비해 흡수 속도와 약물 농도 편차가 커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관건이다.
환자·보호자 교육도 필수다. 자가주사 기기 사용법, 보관·폐기 절차, 응급 대처 요령까지 세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보험 수가 체계 개편도 요구된다. 병원 내 처치료가 줄어드는 만큼 새로운 보상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효과가 입증돼도 가정 투여가 안전하게 사회에 정착하려면 전자 모니터링, 원격 상담 등 디지털 헬스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며 “치매와 암 같은 중증 질환 치료가 병원을 벗어나 가정으로 옮겨가게 된다면 제약바이오 산업뿐 아니라 원격의료, 스마트 약제기기, 냉장 물류 등 연관 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릴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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