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잠정 합의… 노란봉투법에 로봇 전환 가속 전망
||2025.09.11
||2025.09.11
현대자동차 노조가 부분 파업까지 불사한 끝에 사측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83일 만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협상력을 키워 파업을 자극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이 법이 로봇·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앞당겨 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제21차 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합의안에는 ▲월 기본급 10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450%+1580만 원 ▲주식 30주 ▲현장 안전문화 구축 격려금 2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사측의 1차 제시안과 비교하면 기본급은 1만3000원, 성과금은 100%+580만원 늘었고, 우선주 20주도 추가됐다.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을 강조한 사측과 고용 안정을 요구한 노조가 한발씩 물러선 결과다.
쟁점이던 정년 연장은 현행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만 60세 정년 퇴직 뒤 62세까지 촉탁계약직으로 일하는 ‘계속 고용제’를 유지하되, 법 개정에 대비한 협의는 이어가기로 했다. 잠정 합의안은 오는 15일 조합원 총투표에서 과반 찬성을 얻으면 최종 확정된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 인상, 해외 생산, 정년 연장 등을 두고 협상을 이어왔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8월 17차 교섭에서는 노조가 “사측이 성의 있는 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결렬을 선언했고, 결국 이달 3일부터 사흘간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7년 만이다. 2019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과 한일 갈등 등 불안정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6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을 이어왔던 흐름이 끊겼다.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노조 권익 보호를 취지로 개정된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노사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앞으로 노조가 이를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노조 리스크가 커질수록 회사가 로봇 도입이나 해외 생산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로봇 투입과 해외 생산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줄일 수 있는 해법이라는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실제 로봇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생산 효율성 제고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1년 미국 로봇 제조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개발을 본격화했고,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를 개발해 실증 단계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오는 10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라인에 투입해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과 하드웨어 기술 고도화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는 노조의 요구가 커질수록 로봇 투입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로봇·스마트팩토리 관련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5일부터 9월 5일까지 현대무벡스 주가는 43.61% 상승했으며, 지난 2일에는 하루에만 29.97%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들이 노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동화 설비 도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 특히 노조 리스크”라며 “노란봉투법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이슈를 활용해 사측을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로봇 도입과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노동자는 권익을 보호받는 대신 일자리를 잃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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