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세라닙’ 불승인 사유 공개 FDA… HLB 연내 신청 계획 이뤄지나
||2025.09.08
||2025.09.08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그동안 시장에서 소문처럼 떠돌던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불승인 이유를 공개하면서 신약 허가를 위한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서제약 생산시설의 품질관리(CMC) 문제와 캄렐리주맙 미승인 상태에서는 리보세라닙 단독 허가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별다른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사실상 마지막이 될 이번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FDA는 올해부터 시행한 ‘투명성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3월 HLB에 발급했던 보완요청서(CRL) 원문을 공개했다. FDA는 해당 CRL을 통해 HLB 파트너사인 중국 항서제약의 생산시설에서 발견된 CMC 결함을 보완할 것을 우선 요구했다.
멸균·무균 공정, 품질보증 검사 프로토콜,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 점검 미흡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임상시험 중 발생한 중도 탈락·사망 사례, 새로운 이상반응 현황 등 ‘안전성 업데이트’ 제출도 명시했다.
무엇보다 리보세라닙 단독 허가 불가가 명확히 적시됐다. FDA는 “리보세라닙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오직 캄렐리주맙 병용에서만 입증됐다”며 “캄렐리주맙이 승인되기 전까지는 단독 허가를 낼 수 없다”고 했다.
HLB 측은 이번 CRL에서 리보세라닙의 본질적 효능이나 안전성에는 별다른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리보세라닙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해도 병용약물인 캄렐리주맙의 제조 공정 문제는 HLB의 손을 벗어난 요인이라는 점도 명확해 졌다.
약물에 대한 효능성은 이미 다양한 학회를 통해 증명돼 왔다.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2024년 유럽종양학회(ESMO) 간암 가이드라인에 1차 치료제로 등재된 바 있다.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글로벌 임상 현장에서 중요한 근거 자료로 활용되는 가이드라인에 병용요법이 등재되면서, 시장은 FDA 허가만 획득한다면 상업적 잠재력은 크다고 평가했다.
HLB의 FDA 신약 허가 도전은 사실상 ‘세 번째’다. 2024년 첫 허가 신청은 항서제약 공장의 CMC 문제로 좌초됐고, 올해 1월 단행한 재신청 역시 같은 이유로 CRL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CRL을 세 차례 이상 받은 신약은 사실상 임상 실패와 같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HLB의 세 번째 도전이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를 위해 HLB와 항서제약은 최근 FDA와 타입A 미팅을 신청했다. 타입A 미팅은 허가 재도전에 앞서 FDA와 직접 논의하며 문제 해결 방향을 협의하는 절차다. 업계는 이 회의 결과가 연내 재신청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HLB의 재무적 상황에서도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신약 허가가 절실하다. 회사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순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는 만성 적자 기업이다. 2024년에도 연결 기준 영업손실 1185억원을 기록했으며, 상반기 유동자산은 1236억원으로 전년 말 1722억원 대비 487억원 감소했다. 즉 신약 상업화 없이는 자생력이 부족한 구조다.
자금 조달 상황도 악순환이다. 최근 3년간 전환사채, 유상증자, 차입 등을 통해 약 4659억원을 끌어왔지만, 시장에서는 ‘내재적 현금 창출 능력이 없는 기업’이라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조달은 주주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HLB는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이 필요한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지원하는 한편, 올해 말까지 보완 서류를 제출해 다시 심사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나아가 유럽의약품청(EMA) 제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며, 미국·유럽 동시 허가 전략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항서제약의 대응 속도다. FDA는 CRL에서 캄렐리주맙 제조시설의 품질관리(CMC) 문제를 명확히 지적했다. 이는 글로벌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항서제약은 중국 내 최대 면역항암제 개발사 중 하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신뢰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는 상황이다.
또한 항서제약 역시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CMC 문제 보안을 위해 생산 라인 개선과 규제 당국의 현장 실사까지 이어지는 경우 HLB가 목표로 하는 ‘연내 재신청 및 승인’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HLB의 또 다른 고민은 경쟁 심화다. 간암 시장은 이미 글로벌 빅파마들이 점유하고 있다. 바이엘의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키트루다와 ‘티센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같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들은 간암 적응증을 확대하며 시장 내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리보세라닙 승인 관련 문제가 단순 ‘절차적 문제’였다는 점이 명확해져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된 분위기지만, 이번 도전이 HLB의 명운을 가를 최후의 도전인 만큼 재신청 계획 현실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국과의 협의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고 신속하게 풀어가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HLB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려면, FDA 승인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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