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 돌파 vs 규제 완화 요구” 기아와 유럽 브랜드의 전기차 대응 차이 [원선웅의 인사이트]
||2025.08.29
||2025.08.29
내연기관 규제 ‘정면 돌파’하려는 기아
기아 유럽 CEO 마크 헤드리히가 밝힌 발언은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졌다. 그는 “2035년 EU의 내연기관 신규 판매 금지 규제를 100% 준수할 계획”이라고 단언했다. 전기차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며, 이미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EV4와 EV2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전기차 전환을 지연시키려는 유럽 완성차업계의 목소리와 대비되는 태도다.
기아는 내연기관 모델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2030년 유럽 판매의 74%를 전기차로 채우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다. 나머지 26%를 내연기관 기반으로 유지하는 ‘전환기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규제를 전면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는 EV 전환 속도에 관해 불확실성을 호소하는 유럽 업체들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유럽 완성차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주요 유럽 완성차 그룹은 최근 ACEA(유럽자동차제조협회)와 CLEPA(유럽자동차부품공급업체협회)를 통해 EU 집행위원회에 공동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중국발 가격 공세와 미국의 관세 강화를 거론하며 “현행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를 준수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요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요건 완화: 최소 전기 주행거리 규정을 폐지해 PHEV 판매 지속.
고효율 내연기관 유지: 저배출 엔진을 활용한 과도기 전략 연장.
수소차 허용: 대체 파워트레인으로 수소 연료전지를 규제 프레임에 포함.
결국 유럽 제조사들은 전기차 전환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완화된 다중 파워트레인 전략’을 통해 시간을 벌고자 한다. 이는 탄소중립 2050 목표는 지지하지만, 2035년 내연기관 금지라는 ‘중간 기착지’를 수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기아와 유럽 브랜드의 차별점
양측의 전략은 분명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기아는 규제를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맞서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이미 “2035년 규제 준수는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투자와 생산 계획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반면 유럽 업체들은 여전히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로비에 힘을 싣고 있다.
전환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아는 EV4와 EV2 같은 모델을 통해 실제 판매에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아직 고급 전기차 위주의 전략에 머물러 있고, 그 공백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의존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위험 감수의 방식도 다르다. 기아는 규제를 충족하면서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이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불확실성 최소화에 방점을 두며 전환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결국 기아는 규제를 수용하는 동시에 시장 기회를 선점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고, 유럽 업체들은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유지하며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대비가 오늘날 유럽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풍경 중 하나다.
전략의 배경과 전망
이 같은 차이는 기업 구조와 시장 환경에서 기인한다.
기아는 한국 내 주요 전기차 생산기지와 더불어 유럽 현지 공장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라인업 확대는 비용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규제 리스크를 줄이고 유럽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는 글로벌 공급망 압박과 전동화 비용 급증으로 인해 전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전기차와 내연기관의 병행을 오래 끌고 갈 수밖에 없다.
향후 EU의 정책 기조가 완화될 가능성은 낮다. 기후 목표가 정치적 합의로 이미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아와 같은 ‘정면 돌파형 전략’이 장기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유럽 업체들이 로비를 통해 부분적 유예를 이끌어낼 경우, 시장은 다시 EV 전환 속도의 균열을 경험할 수도 있다.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앞두고, 기아와 유럽 주요 브랜드들은 상반된 길을 걷고 있다. 기아는 규제를 준수하면서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선제적 대응’을 선택했고, 유럽 업체들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다중 파워트레인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누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는 2030년 전후 시장 상황에서 드러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전기차 전환 속도의 차이가 글로벌 완성차 판도 변화를 가속화할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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