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남학생 ‘HPV’ 백신 무료 접종 이뤄지나
||2025.08.23
||2025.08.23
자궁경부암과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가 남녀 모두에게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HPV 백신 접종 지원 범위를 넓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남성에게도 무료 접종이 이뤄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HPV 예방접종 대상을 기존 ‘12세 이상 26세 이하 여성’에서 ‘26세 이하 모든 사람’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도 성별과 소득에 관계없이 12세 이상 26세 이하 전 국민에게 HPV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질병관리청 역시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2026년도 HPV 백신 무료 접종 대상에 남성 청소년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HPV 국가 예방접종 지원사업 확대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2016년부터 ‘건강여성 첫걸음 클리닉 사업’을 시행하며 만 12세 여아에게 HPV 예방접종(4가 HPV 백신)을 지원해왔다. 2022년 3월에는 만 13~17세 여아,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으로 지원 연령이 확대됐다.
국제 유두종 바이러스 학회(IPVS) 보고서를 살펴보면 HPV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5%에 영향을 미치는 암종이다. HPV 관련 암 발생을 추산하면 전 세계에서 1분마다 1명씩 HPV 관련 암 진단을 받는데 이는 남녀 모두에 해당한다.
실제 흔히 여성 질환으로 인식돼 온 HPV는 남성에게서도 구인두암, 항문암, 음경암, 생식기 사마귀 등을 유발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HPV 관련 질환에서 남성의 유병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질병 통계를 보면 HPV 감염이 주원인인 생식기 사마귀(곤지름)의 총 감염자 4016명 중 20~30대가 70% 이상을 기록했다. 이 중 남성 환자는 여성 환자 대비 약 4.4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구인두암 등 두경부암 환자 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두경부암에는 설암(혀, 혓바닥)과 잇몸암 등이 있다. 남성 설암 환자는 2013년 2128 명에서 2023년 3915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잇몸암도 남성 환자 수가 2013년 391명에서 2023년 699명으로 2배까지 증가했다.
반면 자궁경부암은 2013년 2만 7327명에서 2022년 2만 4652명으로 감소세다. 감소 이유는 HPV 백신접종을 진행하고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초에 열린 ‘가다실9’ 국내 출시 9주년 행사에서 이세영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과거에는 남성 구인두암 발생 원인으로 흡연과 음주를 꼽았지만 지금은 HPV 감염이 원인이라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더불어 남성 HPV 감염율이 여성보다 높기 때문에 최근 예방백신을 필요로하는 성별은 남성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는 남성 접종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실제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에 HPV 백신을 포함한 OECD 국가 중 한국을 포함한 단 3곳이 여성에게만 무료 접종 사업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는 남성 HPV 접종을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남아 HPV 백신 접종률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2011년생 여성 청소년의 HPV 백신 1차 접종 완료율은 2024년 79.2%인 반면, 같은 해에 태어난 남성 청소년의 HPV 백신 1차 접종 완료율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국내 남성 청소년 HPV 백신 접종률에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 대한두경부외과학회 등 6개의 HPV 백신 및 관련 질환 한국 전문가 그룹은 2024년 7월 아시아·오세아니아 여성 생식기 감염 종양 학회(AOGIN 2024)에서 ‘HPV 백신 남녀 모두 접종에 대한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남성 청소년 HPV 백신 무료 사업이 시작되면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남성 청소년 HPV 무료 예방접종 확대는 특정 암종에 대한 집단면역 강화는 물론 성평등 보건정책, 사회·경제적 이득이라는 다층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예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현실화 방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