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동맹 위해 韓 방문한 빌게이츠… 어떤 기업과 협력할까
||2025.08.21
||2025.08.21
세계적 자선가이자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의장인 빌 게이츠가 ‘백신 동맹’ 구축을 위해 3년 만에 대한민국을 찾았다. 이번 방한이 글로벌 보건 협력 차원의 상징적 행보라는 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게 어떤 수혜가 발생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을 방한한 빌 게이츠가 저소득국을 위한 백신 보급 확대를 목적으로 한국 정부 및 제약바이오 업계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방한에는 재단의 핵심 인사도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트레버 먼델 재단 글로벌헬스부문 대표가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국립보건연구원,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 관계자를 만났다.
게이츠 재단은 팬데믹 시기부터 백신의 공정한 보급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 GAVI(국제백신연합) 등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번 방한은 이러한 글로벌 보건 네트워크에 한국을 전략적 거점으로 더 깊이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한국이 가진 생산 인프라와 기술력이 저소득국의 백신 접근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무엇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게이츠 재단과 이미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기업이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백신 ‘GBP510’을 개발하며 CEPI와 빌게이츠재단으로부터 수천만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지원을 받은 바 있다.
GBP510은 글로벌 임상과정을 거쳐 WHO 긴급사용목록 등재를 목표로 추진됐고,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 백신 허브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게이츠의 방한 역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중심에 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강점은 단순히 생산 설비의 규모에 있지 않다. 백신의 개발 단계부터 임상, 대량 생산, 글로벌 공급망 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역량을 갖췄다는 데 있다. 경북 안동에 위치한 L하우스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세포배양 백신 생산시설로 꼽힌다.
이러한 인프라는 팬데믹 시기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CMO)으로 검증됐다. 게이츠 재단이 저소득국 보급형 백신의 안정적 생산·공급 파트너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접종 기술로 주목받는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백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기술은 상온 보관이 가능하고 전문 의료인 없이도 접종할 수 있어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게이츠 재단은 의료 낙후 지역에서의 백신 효율성 증대 등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방한에서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협력 확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다양한 국내 기업이 게이츠 재단 사업을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최대 위탁생산(CMO) 역량을 바탕으로 항체의약품과 백신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원가 효율성이 뛰어나 저소득국 대량 공급 체계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셀트리온 역시 항체 기반 치료제 경험과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어 잠재적 파트너로 거론된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소아마비, 결핵 등 전통 백신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글로벌 백신 수요와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진단 키트 기업인 SD바이오센서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 국제 공급망 경험을 확보하며 감염병 대응 협력 파트너로 주목된다.
현 시점에서 게이츠 재단의 가장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곳은 유바이오로직스다. 이 회사는 수막구균 5가 접합백신(EuMCV5) 개발을 진행 중으로 임상 단계마다 라이트재단(RIGHT Foundation)을 통한 연구비와 마일스톤 지급을 받아왔다.
콜레라 백신 생산시설 증설에도 게이츠 재단이 절반 가까운 비용을 지원한 바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게이츠 재단의 자금이 투입된 사례로, 백신 동맹 체제의 직접적 수혜자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이번 게이츠 방한을 계기로 백신·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재점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미 ‘K-바이오 백신 허브화’ 계획을 추진하며 백신주권 강화와 글로벌 공중보건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과의 협력은 정부 전략과 기업 성장이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빌 게이츠의 방한은 한국 바이오 산업에 상징적이면서도 실질적인 기회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며 “한국은 백신 개발·생산 역량을 세계에 입증할 무대를 얻고, 게이츠 재단은 신뢰할 만한 파트너를 확보함으로써 저소득국 백신 보급이라는 대의를 실현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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