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퇴출 위기 위염치료제 ‘스타렌’… 생약제제 모두 도마 위에 오르나
||2025.08.12
||2025.08.12
국산 위염치료제 ‘스타렌(애엽추출물)’이 건강보험 급여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였다. 스타렌 급여 퇴출 기로로 인해 천연물 의약품 대부분이 급여 퇴출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와 기존 약물을 복용해오던 환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최근 열린 2025년 8차 회의에서 애엽추출물 제제를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판정, 급여 재평가 1차 심의에서 탈락시켰다. 사실상 ‘퇴출 예비 품목’으로 분류된 셈이다.
동아에스티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스타렌은 애엽(쑥의 한 종류)에서 추출한 성분을 주원료로 한 천연물 신약으로, 위점막 보호와 위염 증상 개선을 돕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건강보험에 등재된 이후 애엽추출물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약 1215억원 규모의 청구가 이뤄질 만큼 처방 빈도가 높았다.
특히 스타렌은 국내에서 개발된 천연물 신약 중 꾸준히 매출 상위권을 유지해온 상징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이번 심평원 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여 유지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는 2024년부터 ‘약제 급여 적정성 재평가’ 제도를 도입, 등재 후 장기간 임상 근거 검증 없이 급여를 유지해온 약물들의 효능·효과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번 애엽추출물 퇴출 예비 판정은 천연물 제제가 본격적으로 재평가 도마 위에 오른 첫 사례다.
문제는 천연물 신약은 하나의 ‘순수 화합물’이 아니라 식물·동물·광물 등에서 추출한 다수의 유효 성분 혼합물로, 각 성분의 작용기전·함량이 일정하지 않아 정확히 어느 성분이 효능을 발휘하는지 규명하기 어렵다. 같은 종의 식물이라도 재배 시기, 지역, 기후, 수확·추출 방법 등에 따라 성분 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천연물 신약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천연물에 대한 평가가 까다로워 지면서 다른 생약제제들도 재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그간 잘 듣던 약을 보험 없이 먹으라는 건 부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위염 증상이 재발하기 쉬운 환자나 소화기 질환 기저질환자가 많은 고령층은 더 민감하다.
실제 환자들의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존재한다. 스타렌이 급여에서 빠지면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동일·유사 대체제가 없기 때문이다. 위염 환자들이 흔히 쓰는 위산분비억제제(PPI)나 H2 수용체 차단제는 역류성 식도염, 소화성 궤양,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등 일부 적응증에서만 급여가 가능하다.
단순 위염이나 소화불량, 예방 목적으로 복용하면 전액 본인 부담이 된다. 게다가 급성 치료 후 장기 유지요법도 기간과 횟수가 제한돼 있어 경증 위염 환자들은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한국오츠카제약의 ‘무코스타’ 등 레바미피드 제제도 대체 처방이 가능할 수 있으나 단 한 제품만 의존할 시 원료 공급 차질 등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수급불안정 문제에 시달리게 된다.
이 때문에 스타렌 퇴출 시 환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급여가 유지될 경우 환자는 약가 일부만 부담하면 되지만 비급여 전환 시 동일 기간 복용 비용이 수배로 늘어날 수 있다. 장기 복용 환자나 노년층처럼 소득 대비 의료비 비중이 높은 계층일수록 타격이 크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위염 환자들이 PPI 등 다른 약으로 처방을 바꾸더라도 보험이 안 되면 약값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생활습관 개선과 식이조절 등 비약물적 치료에 대한 상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선 의료기관과 약국도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그간 스타렌은 위염 진단 후 비교적 부담 없이 처방·조제할 수 있는 ‘국민 위장약’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급여가 빠지면 환자들의 거부감이 커져 처방 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약국 관계자는 “환자들이 ‘보험 안 되는 약은 안 먹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도 처방을 망설이게 된다”며 “결국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환자들도 비급여 약물을 복용하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만약 스타렌 급여 퇴출로 인해 애엽추출물 제제 모두 급여권에서 제외될 시 105개 제약사가 판매 중인 142개 품목이 동시에 직격탄을 맞게될 전망이다. 심평원 급여 재평가는 약제 하나하나가 아니라 동일 성분·효능군 단위로 묶어서 심사하기 때문에 성분 단위에서 급여 부적정 판정이 나면 모두 동일하게 적용받게 된다.
이에 제약사들은 30일 이내 이의신청을 제출해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재심의에서도 급여 적정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건복지부 최종 심의를 거쳐 급여 제외가 확정된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품목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근거 중심 약제 관리’ 기조 변화로 보고 있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환자 부담과 치료 공백을 최소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타렌이 건강보험 무대에서 내려올지 아니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 살아남을지는 앞으로 한 달여간의 절차에 달려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제약사들은 향후 보험 약가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임상 연구와 데이터 확보가 필수라는 점을 학습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산 천연물 신약의 연구·개발 패러다임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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