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뤄진 구글 지도 반출 결정…한미 정상회담 후 결론 날까
||2025.08.12
||2025.08.12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 결정을 다시 미뤘다. 안보·산업·통상 이슈가 얽히면서 심사 기간을 60일 연장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8일 "구글이 안보 우려 해소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를 요청함에 따라 처리 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07년 첫 요청 이후 18년째 계속되는 논란이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이번 연장은 구글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정상회담과 연관해 정상회담 이후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도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18일 1대 5000 축척의 국내 지도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는 2011년, 2016년에 이은 세 번째 시도로, 과거 두 차례는 모두 안보 우려로 불허됐다.
◆구글, '위성사진 구매' 카드…보안 우려 해소안 제시
이번 60일 연장 배경엔 구글의 적극적인 설득 작업이 있다. 지난 5일 구글은 공식 블로그에 장문의 해명 글을 올리며 전면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구글이 보안 우려 해소를 위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부사장은 블로그에서 "필요한 경우 이미 가림 처리된 상태로 정부 승인된 이미지들을 국내 파트너사로부터 구입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원칙적으로 구글 지도나 구글 어스에서 보안시설을 가리지 않는다. 백악관이나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한국 군부대 등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과거 지도 반출 신청 때도 글로벌 일괄 정책을 들며 블러 처리를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 대 정부 통상 압박이 막히자, 구글은 처음으로 글로벌 정책 예외를 전제로 한 보안 대책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보안시설 블러 처리를 위해 정부로부터 좌표를 받겠다고 했다가, 이것도 보안 우려가 제기되자 아예 이미 가림 처리된 위성사진을 구매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구글은 "한국 내 안보상 민감 시설을 가림 처리하려면 원본 소스 단계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구글 지도상에서만 가림 처리해도 원본 위성사진에는 여전히 해당 이미지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방안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좌표 정보 없이 어떤 시설을 가림 처리할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지, 원본 위성사진이 다른 경로로 유통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이 검증 포인트로 남아있다.
특히 외부 사업자의 위성사진과 국토지리정보원의 수치지형도를 결합할 경우 안보시설의 절대 좌표값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협상서 제외 후 국내 여론전 본격화
구글의 이런 변화엔 배경이 있다. 처음엔 미국 정부가 뒤를 받쳐줬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구글이 신청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지도 반출 제한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까지 보내며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협상에서 지도 반출 문제가 제외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는 별개 이슈로 협상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못박은 것이다.
통상 카드가 막히자 구글은 즉시 전략을 바꿨다. 관세협상 타결 5일 뒤인 8월 5일 공식 블로그에 장문의 해명 글을 올리며 전면적인 여론전에 돌입했다. 이는 국내 여론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부 대 정부 압박이 통하지 않으니 직접 국민 여론에 호소하면서 동시에 구체적인 보안 대책까지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구글은 블로그에서 자신들이 요청한 것이 '고정밀 지도'가 아니라 1대 5000 축척의 '국가기본도'라고 강조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1대 5000을 '국가기본도', 1대 1000을 '고정밀 전자지도'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1대 5000 수치지형도도 정밀지도 범주에 속한다며 "구글이 축척을 낮게 표현하며 보안 민감성을 축소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글의 "글로벌 컴퓨팅 파워 필요" 주장에 대해서도 업계는 회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내비게이션은 최단 경로를 추출하는 방식에 교통량 정보를 연동하는 것으로, 복잡한 작업이 아니다"라며 "분산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에만 데이터센터를 가진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구글 주장과 배치된다.
실제로 애플이나 BMW는 1대 2만5000 지도로 국내에서 길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구글 주장과 상충된다. 또한 구글이 현재 국내에서 SK 티맵 데이터를 연동해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길찾기 기능만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국내 서버 의무와 과세 형평성 논란까지 더해져 반출 승인 시 국내 산업에 불리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172억원이다. 네이버(3842억원)나 카카오(1571억원)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고정밀 지도, 미래 산업과 안보의 핵심 인프라
이 문제가 뜨거운 쟁점인 이유는 단순한 지도 서비스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증강현실,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 등 모든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설문조사에서 90%가 반출 반대 입장을 보인 것도 구글의 독점 형성과 국내 시장 잠식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주권이다. 2018년 미국의 '클라우드 액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보유한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다. 한국의 고정밀 지도가 구글 서버로 넘어가면 미국 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은 국가 안보를 넘어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향후에도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한다면 택시, 대리운전업 등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정부가 이를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60일 연장 기간 동안 구글이 제안한 보안 조치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충분히 검토한 뒤 최종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보안 수준을 확보할 수 있는지, 국내 서버 없이 구현 가능한 방안인지는 여전히 핵심 논의 쟁점이다.
18년 만에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선 구글의 전략이 통할지, 아니면 또다시 불허 결정을 받을지 11월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결정은 앞으로 해외 기업의 국내 데이터 활용 기준을 가르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