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가치, AI로 높였다” 플라우드 노트 AI 녹음기 [리뷰]
||2025.08.05
||2025.08.05
회의나 인터뷰가 끝난 뒤 가장 번거로운 일 중 하나는 오간 대화를 글과 디지털 데이터로 옮기는 작업이다.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하고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으로 이를 문자화하더라도 녹음 파일을 다른 서비스로 옮기고 결과를 받아보는 사용자 경험은 여전히 피로하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플라우드.ai(Plaud.ai)의 ‘플라우드 노트’는 이러한 여정의 ‘번거로움’을 파고 든 제품이다. ‘AI 녹음기’ 콘셉트로 등장한 이 ‘플라우드 노트’는 사실 녹음기에 AI가 들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녹음기에서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가져와 클라우드에서 AI를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과정 전반을 매끄럽게 이어서,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충분히 ‘AI 녹음 솔루션’이라 할 수 있게 됐다. 2021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100만명 이상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했는데 핵심은 제품보다는 ‘플랫폼’에 있다.
얇고 가벼운, 기본에 충실한 녹음기
플라우드 노트의 하드웨어는 카드형 디자인으로, 가로 5.41cm, 세로 8.56cm 정도에 두께는 3mm 정도로 얇고, 무게도 30g 정도로 가볍다. 제품 전체적으로 조작할 만한 스위치도 녹음 모드를 결정하는 스위치와 녹음을 시작, 정지하는 버튼 정도로 간소화돼 있다. 제법 얇고 가볍지만 제법 견고한 것도 인상적이다.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휨에 대한 염려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튼튼한 모습이다.
플라우드 노트의 녹음기는 ‘녹음기’ 자체의 역량에 충실하도록 신경쓴 모습이다. 녹음기의 핵심 역량인 ‘마이크’에는 음성 녹음을 위한 두 개의 마이크와 진동식 녹음을 위한 마이크 한 개가 탑재돼 있다. 음성 녹음을 위한 마이크에는 필요한 소리에 집중하는 ‘빔포밍’ 기술과 AI 기반 잡음제거 기술도 적용됐다. 이러한 마이크 구성을 통해 이 제품은 일반적인 녹음 이외에도 스마트폰 뒤에 붙여서 진동 감지를 통한 통화 녹음도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제품의 사용법 또한 간편하다. 제품의 버튼을 1초쯤 눌러 제품의 상태 LED가 빨간색으로 들어오고진동이 한 번 오면 녹음이 시작된 것이고, 녹음 중인 상태에서 버튼을 1초쯤 눌러 제품의 상태 LED가 꺼지고 진동이 두 번 오면 녹음이 끝난 것이다. 녹음기의 저장 용량은 64GB고, 녹음 시간으로는 480시간 가량이다. 실질적인 사용 패턴에서는 용량 걱정을 할 필요 없을 정도다. 배터리는 400밀리암페어시(mAh) 용량을 탑재했고 대략 30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기본 패키지 안에는 플라우드 노트 눅음기와 전용 마그네틱 케이블, 맥세이프 호환 케이스 등이 들어 있다. 제품에 포함된 케이스는 제품을 넣으면 제법 빡빡한데, 사실 한 번 끼우면 케이스에서 제품을 빼지 않고서도 충전하고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뺄 일이 별로 없다. 이 케이스를 끼운 상태에서 스마트폰 뒤에 맥세이프 링에 붙여서 통화 녹음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충전 등은 전용 마그네틱 케이블을 이용하는데, 특정 방향으로만 붙도록 극성을 둔 점도 눈에 띈다.
이 제품을 처음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의 연결이 필수다. 좀 더 극단적으로는, 스마트폰 없이는 이 제품을 거의 활용할 수 없다. 스마트폰에 플라우드 앱을 설치하고 블루투스를 통해 제품을 인식시키면 제품 설정과 녹음된 파일의 전송 등이 가능하다. 기본 녹음 파일 형식은 전용 형식으로 보이고, WAV 파일로의 추가 저장은 설정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다.
녹음기에서 스마트폰으로 데이터 전송은 기본적으로 블루투스를 쓰는데, 데이터 양이 많다면 1:1 와이파이 연결을 사용하면 좀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옮겨온 데이터는 mp3 등의 형식으로 외부 공유도 가능해진다. 외부 공유시 mp3 파일 형식의 품질은 음성 녹음 정도 수준에 최적화해 품질이 다소 떨어지게 보일 수도 있지만 무난하다. 녹음 파일의 품질은 무난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녹음에 적용되는 잡음제거 기능 등이 디테일을 떨어뜨리는 등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제품의 마이크 민감도 설정 등의 주요 설정도 앱을 통해 가능하다. 앱 내 기기 설정 관련으로는 USB 저장소 접근 허용 여부와 마이크 민감도 설정, RAW 파일 생성 여부 등이 있다. 이 중 RAW 파일 설정은 USB 저장소 접근을 한 상태에서, 앱에서 데이터를 전송하기 전에 PC에서 먼저 접속해서 데이터를 가져와야 한다는 제법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USB 저장소 접근을 허용하지 않으면 녹음 데이터는 앱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어 보안성 측면을 높일 수 있다.
AI 녹음기의 ‘머리’는 앱과 클라우드
‘플라우드 노트’가 표방하는 ‘AI 녹음기’의 ‘AI’는 사실 녹음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모든 AI 인텔리전스는 앱을 켜고 녹음기의 데이터를 앱으로 옮긴 다음부터 시작한다. 플라우드 앱에서는 녹음한 내용을 전사, 요약할 수 있는데, 녹음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템플릿과 AI 모델을 적용해 좀 더 가독성 높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이 플라우드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은 GPT 4.1, 클로드 4, o3 시리즈, 제미나이 2.5 시리즈 등이 있다. 한편, 플라우드 앱은 외부의 녹음 파일도 가져올 수 있다.
실제 콘퍼런스에서 녹음한 결과를 기반으로 전사록 생성을 했을 때 결과는 제법 인상적이다. 한글 인식은 물론이고, 테크니컬 세션에서 한글과 영어 표현 등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도 제법 매끄러운 전사 실력을 보여준다. 물론 한 번에 손을 댈 필요 없을 정도까지 완벽한 것은 아니며, 화자의 발음 등에 따라 고유명사 등에서 사소한 오인식이 있지만, 이것이 내용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정도로 잘못 해석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초안’ 수준에서 충분히 쓸 만해 보인다.
요약의 경우는 생성한 전사록을 기반으로 GPT 등 AI 모델에서 요약한 것처럼 생성된다. 내용은 나름대로 잘 요약하는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서는 선호도가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다. 재미있는 점은 전사록에서는 다소 잘못 인식된 듯했던 결과가 요약에서는 제대로 고쳐져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녹음기의 AI 기술을 활용한 전사록 생성과 요약의 경우, 생성 후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람이 주요 내용과 키워드를 다 기억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전사록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빨리 작업을 끝낼 수 있게 해 준다.
플라우드 노트와 앱의 연결은 클라우드까지 매끄럽게 이어진다. 클라우드와의 동기화 기능을 켜면 앱에서 받은 녹음 데이터나 생성한 전사와 요약 내용 등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녹음 데이터가 있으니 웹에서 바로 전사록과 요약본을 생성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PC로 작업이 많은 환경에서 데이터를 옮기는 등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을 부분이다. 이 플라우드의 클라우드 환경은 PC 데스크톱 앱과도 연결돼, PC에서 녹음한 내용을 플라우드 클라우드 환경에서 전사, 요약시킬 수도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엄밀히 말하면 이 ‘플라우드 노트’는 기기 안에 AI 기능이 탑재돼 녹음만 하면 디바이스 안에서 요약과 전사된 데이터가 나오는 그런 AI 녹음기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가능한 기술 수준 안에서 디바이스와 스마트폰, 클라우드를 매끄럽게 이어서 ‘AI 녹음 솔루션’으로 만든 부분은 제법 인상적이다. 결국 이 ‘플라우드 노트’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디바이스보다는 앱과 클라우드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있고, 이 서비스의 존재와 매력이 제품의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플라우드 노트’ 제품의 해외 가격은 159달러(약 22만원)이고, 국내 판매 가격은 할인가 기준 22만9000원이다. 이 22만9000원에는 제품과 AI 사용 기준 기본 ‘월 300분’ 서비스가 포함돼 있고, 월 1200분의 프로 플랜이 연간 구독 기준 월 1만3750원, 무제한 플랜이 연간 구독 기준 월 2만9083원에 제공된다. 사용량이 많다면 만만치 않은 가격대의 제품을 구입하고 또 플랜을 구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다양한 고급 AI 모델에 대한 접근권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는 납득할 만 하다. 추가 플랜의 사용은 실제 사용 패턴에 따라 고민해 볼 부분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기술적 구성에서는 꼭 이 제품을 구입하지 않더라도, 혹은 제품만 구입하고 별도 서비스 플랜을 구독하지 않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도 충분히 많다. 때로는 이 ‘대안’들이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줄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플라우드 노트’에서 주목할 점은 성능이나 품질보다는 디바이스에서 클라우드까지 이어지는 제법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이다. 이에 쉽고 단순하게 녹음하고 녹음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 있다면, 이 ‘플라우드 노트’는 눈여겨 볼 만한 제품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AI 시대 기술이 사용자에게 다가오는 모범 사례가 아닌가도 싶다.
권용만 기자
yongman.k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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