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미래”…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1조 투자
||2025.07.30
||2025.07.30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에 대규모 추가 투자를 단행하며 로봇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온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중심 전략이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대외 리스크를 줄이고 로봇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오는 8월 미국 투자법인 HMG글로벌의 유상증자에 1억600만달러(약 1465억원)를 출자한다고 밝혔다. HMG글로벌은 현대차그룹이 2022년 미국 델라웨어에 설립한 유한책임회사(LLC)로 현대차(49.5%), 기아(30.5%), 현대모비스(20%)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구조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도 각각 2억6235만달러(약 3643억원), 1억6165만달러(약 2234억원)를 출자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3사의 총 투자액은 5억3000만달러(약 7327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포함해 2025년 한 해 동안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총 8억4800만달러(약 1조1613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전년 대비 두 배를 넘는 규모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한 미국 로봇기업이다. 이후 지금까지 그룹 차원의 누적 투자액은 15억달러(약 2조757억원)를 넘어섰다. 정의선 회장도 개인 자산 2400억원을 투입해 직접 지분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약 5억9800만달러(약 8273억원)에 이른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구조는 ▲HMG글로벌 54.7% ▲정의선 회장 21.9% ▲현대글로비스 11% ▲소프트뱅크 12.4%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각종 공개 석상에서 미래 기술 투자와 불확실성 대응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대규모 투자는 로보틱스 주도권 확보와 그룹의 장기 성장 전략의 일환”이라며 “향후 로봇 사업 전반에서 추가 확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수익성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24년 116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손실은 4405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57억원, 순손실 1197억원을 기록해 분기당 1000억원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상용화 지연으로 인한 매출 부진과 지속적인 기술 투자 부담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이번 투자를 앞두고 자사 로봇 관련 조직을 ‘실’ 단위로 격상하고 로봇 부품 사업에 본격 나섰다. 특히 액추에이터 등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과 근육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21년 정관에 ‘로봇’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으며 최근 기관투자자들과의 미팅에서도 액추에이터 사업화를 공식화한 바 있다.
액추에이터는 전기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바꾸는 모터·감속기·제어기 등으로 구성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1대당 약 40개 이상이 탑재된다. 현대모비스는 약 30여종의 제품을 자체 생산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이 2022년 134억달러에서 2032년 40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현대모비스의 부품 개발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력이 결합되면 그룹 차원의 로봇 상용화 일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8년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며 이르면 올해 안에 현대차그룹 생산 공장에 아틀라스를 시험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로봇 사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일찍이 낙점하고 기회를 모색해왔다”며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사업 추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를 상용화해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