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속에서 피어나는 성장의 씨앗 [기자수첩-ICT]
||2025.07.29
||2025.07.29
패배 순간에도 미래 바라보는 e스포츠 선수들
페이커 "이번 MSI 통해 배웠고 더 발전하겠다"

"월드 챔피언십은 모든 선수가 꿈꾸는 정점이라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은 그곳에 가기 위한 중요한 계단이자 실전 경험의 장입니다."
다양한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 무대를 누벼온 LEC(유럽 리그) 호스트 '로르' 로르 발레가 기자에게 건넨 이 말은 2025 MSI 현장에서 내가 목격한 가장 인상 깊은 장면들을 관통하는 핵심이었다. 화려한 승리의 순간들보다도, 패배한 팀들의 인터뷰석에서 마주한 진솔한 표정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오늘 경기 결과에 아쉬움은 있지만 과정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이를 토대로 더 발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T1의 '페이커' 이상혁은 이번 MSI를 준우승으로 마감하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의 표정과 말에는 아쉬움이 묻어남과 동시에 이미 다음을 준비하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이들에게 MSI는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배움의 무대'였던 것이다.
이번 대회의 승자는 어땠을까. 상대에게 한 수 가르쳐준 입장이니 승리를 만끽하는 데 여념이 없었을까? 아니다. 그들 역시 '배움'을 갈망했다. 이번 MSI 우승을 차지한 젠지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린 것은 아주 잠깐, 얼마 지나지 않아 진중함이 뒤덮었다. 젠지 선수들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 "아직 남아있는 대회가 많고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실력을 갈고 닦아 두겠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승리에 안주하지 않고 매 경기를 배움의 기회로 여기는 문화, 그것이 한국이 e스포츠 씬에서 지속적으로 세계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이다.
이번 MSI에서 아쉬움을 맛본 팀들이 그 경험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판도가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메타 적응력, 국제전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 '더 큰 무대'에 대한 갈망이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e스포츠 선수들은 평균 20대 초중반의 나이가 대부분이다. 평범한 길을 걸었다면 사회초년생, 심지어 취업준비생이었을 나이다.
하지만 인터뷰 존에 선 각국 선수들의 표정과 말투, 몸가짐을 보면 나이에 대한 생각은 잊게 된다. 승자든, 패자든, 베테랑이든, 신인이든 하나같이 '프로페셔널'로 무장했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상대를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냉정히 분석하며,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를 보인다. 이런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e스포츠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증거다.
국제 대회에 참가했던 팀들은 어느새 자국 리그에 돌아가 하반기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들이 다시 모이는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또 다른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각본이 없기에 내용을 미리 훔쳐볼 수는 없지만, 그들이 또다시 극강의 경기력으로 최고의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패배의 순간에도 미래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눈빛이 그걸 보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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