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차∙기아 EV 기술의 산실, 남양기술연구소
||2025.07.28
||2025.07.28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723만 대를 판매하며 3년 연속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와 기아 EV9, EV3 등 전기차는 4년 연속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며 전기차로의 패러다임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이면에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이뤄지는 기술개발이 큰 역할을 했을 터. 지난 23일 남양기술연구소의 모빌리티 개발 핵심 시설을 방문했다.
공력시험동
전기차 시대에 1회 충전으로 더 멀리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가 중요하다. 공력은 전비, 주행 안정성, 동력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조사들은 공기의 저항력 계수, 즉 공기저항계수(Cd, Coefficient of Drag)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놀라운 점은 규모였다. 총 면적 6,000제곱미터 규모로 축구장 1개 크기와 맞먹는 공간에 대형 송풍기와 지면 재현 장치 등 실제 주행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설비들이 있었다.
핵심은 대형 송풍기다. 3,400마력의 출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차량 속도 기준 200km/h까지 재현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직경 8.4m에 달하는 송풍기 날개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했다. 실제 100km/h 속도의 바람을 만들 때 발생하는 소음은 약 54db 수준으로 조용한 사무실 수준의 정숙함을 유지한다.
또 주행 시 지면 환경을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시험실 바닥에는 총 다섯 개의 회전 벨트를 설치한 턴테이블을 위치시켜 시험차의 타이어 구름과 같은 속도로 흐르는 지면 효과까지 구현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이날 공력시험동에서 기자단을 맞은 현대차의 '비밀 병기'도 있었다. '에어로 챌린지 카'로 세계 최저 공기 저항 계수 0.144를 달성한 콘셉트카였다. 액티브 카울 커버,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리어 디퓨저, 통합형 3D 언더 커버 등을 적용해 달성한 수치로 현대차,기아의 공력 기술의 집약체였다.
환경시험동
신차를 개발하고 양산 단계까지 이르는 데에는 시험실에서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섭씨 50도에 달하는 사막 기후와 영하의 설원 같은 극한 상황에서 문제 없이 달릴 수 있는지도 시험 대상이다.
따라서 환경시험동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차의 성능을 검증하는 출발점이다. 이 곳은 차의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모든 시스템의 성능 개발을 진행한다. 엔진과 변속기의 냉각 성능을 시작으로 냉난방 공조 성능, 실내 쾌적성까지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환경 풍동 챔버는 고온 풍동, 저온 풍동, 강설 풍동으로 구분해 다양한 사용 조건을 재현한다. 실제 이곳에서는 섭씨 50도 고온의 중동 지역, 영하 30도씨 혹한 지역의 강설 환경 등 세계 각지의 극단적인 기후를 그대로 구현해 냉, 난방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열관리 성능을 검증한다.
경험을 위해 각 챔버에 맨몸으로 들어가보니 기온 뿐 아니라 습도와 눈의 질감까지 섬세하게 실제와 비슷하게 구현한 걸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움을 더했다. 고온 풍동에선 시험차 위로 인공 태양광 제어 램프로 최대 1,200W/m2의 일사량을 모사한 점도 눈여겨볼만 했다.
R&H 성능개발동
자동차 주행 감각은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다. 노면의 충격을 얼마나 부드럽게 걸러내는지, 코너에서 차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운전자는 안정감과 주행의 즐거움을 함께 느낀다. 따라서 R&H(Ride & Handling) 성능은 파워트레인 종류와 관계없이 모든 차종에서 중요한 기본 역량이다.
특히 전기차 시대에 R&H 성능은 차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평가 받는다. 하중이 늘어남에 따라 서스펜션과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늘어나고 강한 토크를 즉각 뿜어내는 파워트레인 덕에 급격한 가속 성능까지 가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R&H 개발의 근간은 타이어 개발로부터 시작한다. 고속 타이어 유니포미티 시험기를 통해 커다란 드럼 위에 고정된 타이어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상황에 미세한 진동을 측정한다.
이후 타이어 특성 시험기를 통해 타이어의 강성과 접지 특성도 분석한다. 앞서 살핀 시험기와 달리 실제 도로와 유사한 평평한 벨트 위에서 타이어를 굴려 타이어의 조향각이나 캠버각에 따른 타이어의 부하를 알아보는 장치다.
아울러 핸들링 주행시험기와 승차감 주행시험기 등을 통해 다양한 노면 상황에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살피고 차체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세팅을 측정했다. 이런 시설을 통해 실차 뿐 아니라 모듈 단위로 시험이 가능해 보다 정밀하게 목표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다.
NVH동
NVH는 소음(Noise), 진동(Vibration), 불쾌감(Harshness)를 의미한다. 탑승자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특히 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없기에 작은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미세한 진동 등을 더 민감하게 느낀다.
남양연구소의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차가 주행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곳이다.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노면가진(주행 중 차가 노면의 불규칙성으로 받는 진동)을 구현해 차량 실내에 들리는 소음을 평가한다.
로드노이즈 시험실은 10x14m 규모로, 벽면은 두꺼운 흠음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실험실 내부는 소리의 반사가 없는 무향의 공간이다. 내부의 설치한 샤시 다이나모는 차의 바퀴와 맞닿아 있는 롤 표면에 실제 도로를 스캔한 패치를 붙여 다양한 시험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소음진동기술팀 서재준 팀장은 "실제 도로와 최대한 동일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3D 스캔과 재료 반발계수까지 반영해 패치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일반 국도의 거친 노면을 모사한 패치로 실험했다. 실험을 시작하자 롤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에서 낮은 방사음이 지속적으로 들려왔다. 주행 속도에 따른 톤과 음량이 달라지는 모습을 모니터의 그래프와 함께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이 그래프를 통해 부품과 소재 설계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남양연구소의 첨단 시설 설비와 연구개발 과정을 살펴봤다. 전동화 시대에 높은 신뢰도와 상품성을 유지하는 비결을 엿본 셈이다. 무엇보다 연구소에서의 연구 개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연구원들의 자세는 신차의 성능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