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가자시티 자선 급식소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호 음식을 받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어지는 이스라엘과의 분쟁 속에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들 세대 최대의 인도주의적 재앙에 직면해 있다"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억지 노력이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 기자 | 가자지구 전역에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측 교전뿐 아니라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는 주민까지 발생하면서 상황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42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5명은 기아로 인해 숨졌다. 사망자 중 12명은 가자시티의 시파 병원 인근 지킴 검문소에서 구호 트럭을 기다리다 총격에 희생됐다. 이 검문소는 앞서 최소 80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장소다.
한 목격자는 AP통신에 “트럭인 줄 알고 달려갔지만 이스라엘군 탱크였다”며 “우리는 먹을 것이 없어 간 것인데, 결국 아무것도 배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라엘군(IDF)은 “즉각적인 위협에 대응했다”며 군중 해산용 경고 사격이었고, 사상자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날 가자시티의 한 아파트에선 4명이 공습으로 목숨을 잃었고, 남부 칸유니스 난민촌에선 어린이 4명을 포함한 최소 8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구호물자 반입 경로 중 하나인 모라그 통로에서도 9명이 총격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민간인 피해는 양측 간 휴전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대표단을 철수시키면서 멈춰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25일) “하마스와의 협상 대신 대안을 찾겠다”고 밝히며 강경 노선을 시사했다.
하마스 측은 협상이 다음 주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스라엘의 철수를 압박 전술로 평가했다.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도 협상 재개를 예고했지만, 구체적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체되는 휴전 타결에 국제사회도 거듭 자제를 요청했다. 특히 가자지구 주민 다수가 기아 위험에 처하는 등 문제는 심화하고 있다.
이날 가자 지역 병원들은 최근 24시간 동안 영양실조와 기아로 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트럭 반입 수에 제한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유엔(UN)은 IDF의 통제로 인해 여전히 이동이 제한되고 있으며 약탈 등으로 구호 활동도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주 유엔과 국제기구가 보낸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약 250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으나 3월 초 이스라엘이 전면 봉쇄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600대 수준이었기에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이스라엘은 수개월 만에 요르단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구호품 공중 투하를 승인했다. 요르단 측은 주요 물자가 식량과 분유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이날 기고문을 통해 “영국이 요르단과 협력해 가자에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의료 지원이 필요한 어린이들의 대피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중 투하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필립 라자리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사무총장은 “공중 투하는 비싸고 비효율적이며, 굶주린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중 투하는 진정한 해법이 아니라, 시선을 돌리기 위한 연막일 뿐(a distraction and screensmoke)”이라며 “인위적인 기아(man-made hunger)는 공중에서 해결될 수 없고, 오직 정치적 결단만이 해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