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중국 공장 ‘탈미(脫美) 수출기지’로 전환
||2025.07.23
||2025.07.23
한때 중국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현지 시장에서 사실상 고사 상태에 빠졌다. 점유율이 0%대로 추락하면서 두 회사는 중국을 판매 시장이 아닌 수출 중심의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BHMC)는 올해 상반기 5만9311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27.3%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은 0.6%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점유율 0.36%를 기록해 처음으로 시장 순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기아의 상반기 판매량도 3만8473대로 전년 대비 2.9% 줄었으며 5월 기준 점유율은 0.31%에 머물렀다. 업계에서는 양사 모두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매 부진은 생산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중국 내 생산량은 16만5338대로 전년보다 31.5% 줄었다. 전체 글로벌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5.74%(2023년)에서 3.02%(2024년)로 하락했다.
반한감정·현지 브랜드 성장… 구조적 부진
현대차그룹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연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승승장구했다. 2016년엔 연간 판매량이 114만대를 돌파했으나 2017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반한감정이 확산되면서 하락세가 시작됐다. 이와 함께 상품경쟁력 저하, 현지 완성차 브랜드의 급성장, 전기차 대응 지연 등 구조적 문제도 겹쳤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월간 판매량이 1만대 이하로 떨어졌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제네시스는 2023년 1558대를 판매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1328대로 감소했다. 누적 손실은 약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생산기지 수출 중심으로 재편
현대차그룹은 이에 따라 현지 공장을 축소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2020년까지 8곳이던 중국 내 생산 거점은 현재 현대차 2곳, 기아 2곳만 남았고, 연간 생산능력도 270만대에서 150만대로 줄었다. 실제 가동률은 2024년 기준 30% 수준으로 약 40만대에 그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 공장을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공장에서의 수출량은 총 11만8000대로 전년 동기(2만3000대)의 약 5배에 달한다.
현대차는 엘란트라를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중동 지역에 1만9000여대를 수출했다. 중국산 쏘나타 택시도 약 1만대가 한국으로 반입됐다. 같은 기간 기아는 소형 SUV 쏘넷을 중심으로 8만3000대를 남미·중동 지역에 수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고율 관세로 멕시코 등 기존 수출기지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중국 생산기지의 수출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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