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설치하면 안전하다며”… 시범운영하고 사고 급등했다는 정책, 무엇일까?
||2025.07.08
||2025.07.08
운전자 편의를 위해 도입된 신호등 잔여시간 표시장치(TSCT)가 오히려 사고를 부추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정지신호 전 남은 시간을 숫자로 알려주는 방식으로, 운전자가 미리 속도를 조절하고 급정거나 급가속을 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실제 시범운영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차량 신호등 잔여시간 제공에 따른 운전자의 교차로 운행 행태 분석 연구’에 따르면 잔여시간을 제공한 후 차량이 정지선을 지나 멈춘 비율이 전보다 4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들이 남은 시간을 보고 무리하게 통과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오히려 교차로 사고 위험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찰청과 관계 부처는 전면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시범사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호 위반 자체는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남은 초 단위를 보며 급가속 또는 급제동을 선택하는 ‘심리적 압박’이 작용했고, 이는 오히려 정지선을 넘는 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교차로에서의 급격한 판단은 종종 후방 차량과의 충돌이나 보행자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교통안전 측면에서 후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잔여시간 표시가 교차로 진입 시 운전자의 행동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정지선 앞에서 남은 시간이 1~2초일 경우, 일부 운전자는 ‘지금 지나야 한다’는 판단 하에 가속을 시도하고, 반대로 앞차가 멈출 경우 후방 추돌 위험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신호 위반 여부로 효과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전체적인 사고율과 운전자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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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단위 도입은 중단됐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전히 잔여시간 표시기를 운영중이며, 카카오내비나 T맵과 같은 주요 내비게이션 앱에서도 해당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운영 기준은 도로 이용자에게 혼란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같은 신호등이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시스템은 오히려 안전을 해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교통 정책이 오히려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요구된다. 특히 민간 내비게이션 업체와의 정보 공유 및 정책 연계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 시스템 자체가 운전자의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순 편의성을 넘어 행동 유도 효과까지 고려한 설계와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
신호등 잔여시간 표시는 도로정책의 취지와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떠올랐다. 분명 운전자의 정보 접근성과 판단을 돕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예상치 못한 행동 유도와 사고 증가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오류가 아닌, 정책 설계 초기 단계에서 실효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음을 시사한다.
향후 유사한 교통 관련 정책을 도입할 때는 파일럿 결과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정량·정성적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안전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려면, 기술적 수단 이전에 그 수단이 사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 사례가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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