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콕 집어 만난 기재부…‘한국판 IRA’ 논의
||2025.07.03
||2025.07.03
기획재정부가 현대자동차를 만나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격인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현대자동차와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검토를 위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기존 투자세액공제와 별도로 국내에서 전략산업 등 제품을 최종 생산·판매한 기업에 대해 생산·판매량과 비례해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자국에서 기업이 생산·판매한 배터리·청정연료 등 첨단제품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내용을 담은 미국 IRA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한국판 IRA'라고도 불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안도걸 의원 등이 관련 법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설비투자 금액의 최대 25% 세제 혜택을 주는 투자세액공제는 지속적인 고액 설비투자를 요하는 반도체 기업이 주요 수혜 대상이다. 다만 이 제도만으로는 첨단모빌리티 등 다른 전략기술의 생산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앞서 이 대통령도 대선 전인 2월 현대차 아산공장을 찾아 "전략산업 분야의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내 생산을 촉진, 지원하는 일종의 세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기재부 주도의 이번 간담회는 내년도 세법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기재부에서는 조만희 조세총괄정책관 등 세제실 간부들이, 전문가 그룹에서는 조세재정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국책기관 고위관계자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산업계는 단 2명 참석했는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을 제외하면 업계는 현대차뿐이다. 현대차에서는 담당 임원이 배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가 현대차를 콕 집어 부른 것은 전기차 등에 대한 생산촉진세제 도입 시 대표적 수혜 업체가 되는 만큼 미래차를 둘러싼 글로벌 업계 현황, 후속 투자 대책 등을 청취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복수의 참석자 전언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한 미국·일본 등 주요국 사례와 국내 도입 당위성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이미 일부 선진국이 전기차 등 전략산업에 대한 자국 생산·판매 촉진을 위한 제도적 '당근'을 다각도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고, 제도를 통해 국내 생산 여력이 확대되면 완성차 업계뿐 아니라 관련 소부장, 고용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일본의 국내생산촉진세제도 미국의 IRA, 반도체과학법(Chips Act) 등 전략분야의 국내 생산·투자 촉진책에 발맞춰 대상 품목별로 10년 동안 법인세액 최대 40%를 공제해주는 내용이 담겼다. 품목별로 전기차는 대당 최대 40만 엔(378만 원), 그린철강 1톤(t)당 2만 엔(19만 원), 그린화학 1t당 5만 엔(47만 원), 지속가능한 항공기연료(SAF) 리터(ℓ)당 30엔(280원) 등을 세액공제한다.
생산촉진세제 도입 시 현대차 등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 정부의 고강도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저가 공세 등에 따른 판매 부진을 타개할 추가 투자 여력 확보 등의 직접적인 동력을 얻게 된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전기차 국내 생산·국내 판매량은 2022년 7만1000대를 정점으로 2023년 6만1000대, 2024년 4만5000대 등으로 우하향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에서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니 해외 동향을 토대로 어떤 취지에서 이 제도가 도입됐는지 논의했다"며 "굉장히 많은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하기에 도입 여부를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말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 검토 중인 것은 맞는다"면서도 "국정기획위원회도 연관돼 있어 간담회에서 나온 구체적인 내용은 코멘트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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