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이 되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의 배터리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사고 직후에는 이상이 없던 배터리가 수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지난 뒤 고장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가 최근 3년간(2022~2024년) 접수된 전기차 배터리 손상사고 405건을 분석한 결과, 여름철(68월)에 사고 접수가 이뤄진 비율이 전체의 30%로 가장 높았다. 연구소는 “여름철에는 높은 습도와 강우량, 실내외 기온 차가 겹치면서 배터리 내부로 수분이 유입돼 고장이 촉진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사고 후 멀쩡해도 ‘지연 고장’…최대 6개월 뒤 시동불량
특히 주목할 점은 사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배터리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시동 불량이나 경고등 점등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지연 고장’이 상당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사고의 23.7%에 달하는 96건이 사고 발생 1주일 이후에 접수됐다. 일부는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야 고장이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지연 고장은 차량 하부에 장착된 배터리 밀폐 부위가 충격으로 미세 손상돼, 시간이 지나면서 빗물과 습기가 내부로 스며들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사고유형별로는 도로 위 돌멩이나 낙하물과의 충돌이 전체의 42.3%로 가장 많았으며, 방지턱·연석 충돌이 24.3%를 차지했다.
화물전기차의 사고 비중도 눈에 띄었다. 등록대수는 전체 전기차의 21%에 불과하지만, 사고 차량에서는 60% 가까이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화물차 배터리는 차량 외부에 노출돼 작은 충격에도 파손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원필 수석연구원은 “여름철에는 사고 후 당장 이상이 없더라도 주행 중 하부 충격이 있었다면 빠르게 점검을 받아야 한다”며 “점검 비용이 부담될 경우, 제조사가 운영하는 무상 점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연구소는 또 “배터리 손상이 발견됐다고 반드시 전체 교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조기에 점검하면 손상 부위에 따라 부분 수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