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패스처럼 간편해지려나?”…있어도 못 쓰는 전기차 충전기 드디어 ‘탈바꿈한다’
||2025.07.02
||2025.07.02
전기차를 타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국에 45만 기 넘는 충전기가 설치됐지만, 정작 사용하려 하면 고장 나 있거나 앱 사용이 복잡해 포기하기 일쑤다.
충전기 숫자만 늘리는 데 집중했던 정책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이제는 ‘질’ 중심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가 일상이 된 지금, 충전 인프라도 ‘많이 깔리는 것’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전 인프라의 양적 확대가 일정 수준을 넘은 지금, 운영 품질과 사용자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대 한세경 교수는 “보급 중심 정책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국민 세금으로 만든 충전기가 실제로는 방치되는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충전기 관리 책임을 가진 사업자들도 어려움을 토로한다. EVSIS 김부성 팀장은 “충전기를 설치해도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데, 기본료 부담은 계속된다”며 “결국 유지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이재조 박사는 “AI 기반의 데이터 사업, 광고, 플랫폼 모델 등 다양한 수익 구조가 필요하다”며 “충전 사업도 지속 가능하려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전기차 급속 충전 운영사 채비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총 200억 원 규모의 ‘2025년 전기차 공공 급속 충전기 제작·설치 사업’을 수주하며,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의 공공사업을 따냈다.
이번 사업에서 기술평가 총점 1위를 기록한 채비는 수도권과 중부권 주요 거점에 총 430면의 급속충전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사업 기간은 10개월이며, 조기 구축을 통해 정부 정책 이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채비는 2017년 이후 공공 급속 충전기 입찰에 꾸준히 참여해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수주해왔으며, 이번 수주로 누적 실적 4700면, 1751억 원 규모를 달성하게 됐다.
공급 예정인 신형 충전기 모델은 기존 규격보다 높은 성능과 내구성을 갖췄고, 전기공사 전문 인력을 투입해 시공 품질과 접근성도 높일 예정이다. 최영훈 대표는 “기술력과 정부 신뢰가 결합된 결과”라며, “앞으로도 공공 인프라 확대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충전기 숫자만 늘리던 기존 흐름과 달리, 현대케피코도 기술 중심 전략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의 전자제어 전문기업인 현대케피코는 완속 1종, 급속 4종, 초급속 2종 등 총 7종의 EV 충전기를 개발 완료하며 전 라인업을 갖췄다.
기존 자동차 부품 개발 프로세스를 충전기 개발에 적용해 설계 검증, 차량 호환성, 시뮬레이션 시스템(HILS) 등 다단계 품질 테스트를 거쳤으며, 국가 인증 요건을 넘어 실제 사용 환경을 반영한 21개 시험 기준도 자체 개발해 신뢰성과 내구성을 확보했다.
또한, 차량과 충전기 간 통신 오류를 줄이기 위해 EVCC, SECC 통신 제어기까지 자체 개발했으며, 충전기 상태를 실시간 점검하는 ECMS(충전기 모니터링 시스템)와 OTA(원격 업데이트) 기능도 적용해 운영 효율성과 유지보수 속도까지 대폭 개선했다.
현대케피코는 남양연구소와 서산 주행시험장 등지에서 신차 테스트를 통해 실증을 마쳤고, E1,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사업자들과 협업을 확대 중이다.
설계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재구매 의향도 확인된 상태다. 관계자는 “단순 수익이 아닌 전기차 생태계의 기반을 만든다는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충전기 수나 기술력 못지않게 사용자 편의성이 실질적인 인프라 성공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충전 인프라가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실제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조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는 “회원 가입만 10분 넘게 걸린다”며, “구글·네이버 계정으로 간편 등록하거나, 플러그앤차지(PNC) 같은 기술도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어두운 지하 주차장에서는 QR코드 인식이 안 되고, 신용카드를 놓고 오면 충전을 포기해야 하는 일도 많다”며, “사소한 문제라도 개선되면 사용 만족도는 크게 올라간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사업자가 충전 완료 후 “신용카드를 꼭 챙기세요”라는 안내 멘트를 추가했더니, 분실 신고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사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 제공과 단계적 홍보, 사용자 행동을 고려한 UI 개선 등을 통해 충전기를 ‘있는 것’에서 ‘쓸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충전 인프라는 이제 숫자 경쟁이 아니라 실효성의 경쟁이다. 쓸 수 있는 충전기, 편리한 사용 환경,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이 삼박자를 이뤄야 진정한 전기차 시대를 이끌 수 있다.
새 정부는 전환점을 맞았고, 민간 기업들도 각자의 해법을 들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제는 ‘많이 깔리는 충전기’보다 ‘잘 작동하는 충전기’가 필요한 때다. 전기차는 충분히 보급되고 있으니, 이젠 인프라가 따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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