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에 열린 지갑… 中전기차, 韓시장 뚫었다
||2025.07.01
||2025.07.01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올해 들어 다수의 중국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어 국산 완성차 업체들이 겪을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보급형 전기차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산 전기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5% 증가했다. 특히 BYD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이 흥행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BYD는 올해 1월 한국 시장에 진출해 첫 모델 ‘아토3’를 출시했다.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1000대를 돌파했으며 4월에는 543대가 판매됐다. 4월 14일부터 인도가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초반 흥행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아토3는 출시 첫 달 테슬라를 제치고 수입 전기차 부문 1위에 올랐다.
업계는 국산 전기 SUV 대비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 이상 성능이 구매를 이끌었다”며 “특히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3보다 약 1000만원 저렴한 ‘가성비 전략’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YD는 두 번째 모델인 중형 전기 세단 ‘씰(SEAL)’로 흥행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씰은 환경부 주행거리 인증을 마친 상태로 전국 전시장에서 프리뷰 전시 중이다. 이 모델은 BYD의 전기차 중 처음으로 차체 일체형 배터리 기술(CTB, Cell to Body)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듀얼모터가 장착된 사륜구동(AWD) 모델은 지능형 토크 적응 제어(iTAC) 시스템을 탑재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3.8초 만에 도달한다.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407㎞(환경부 인증 기준)다.
이 외에도 BYD는 연내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7’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는 씨라이언7 또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YD는 신차 시장을 넘어 중고차 및 렌터카 등 플릿(법인·영업용)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중고차 수입·유통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6월부터 아토3가 제주 지역 렌터카 업체에 출고되기 시작했다.
BYD의 흥행에 자극받은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도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그룹 지리홀딩스의 고급 브랜드 ‘지커(Zeekr)’는 지난 2월 한국 법인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시장 분석 및 딜러사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지커의 첫 한국 출시 모델로는 SUV ‘7X’가 유력하다. 상표 출원도 완료됐다. 7X는 최고출력 639마력(사륜구동 기준)에 1회 충전 주행거리 최대 543km의 성능을 갖췄으며, 유럽 시장에서는 후륜 및 사륜구동 모델이 각각 5만3000유로(약 8390만원), 6만3000유로(약 9970만원)에 판매 중이다.
중국 5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창안자동차 역시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인력을 영입하며 연내 한국 법인 설립 및 조직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샤오펑, 립모터, 샤오미 오토 등도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의 선전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확대해 소비 진작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산차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자동차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BYD를 통해 ‘중국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상당 부분 완화됐다”며 “중국 브랜드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소비자들이 합리적이라 느끼는 가격 책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창안, 지커,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의 진출 속도를 고려해 국산 전기차 구매자에게 추가 혜택을 지원하는 정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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