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장 짓기 전 ESG부터 따진다”…현대차, 투자심의에 ‘지속가능성’ 반영
||2025.06.30
||2025.06.30
현대자동차가 앞으로는 공장 신·증설 등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 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의 리스크를 먼저 따지기로 했다. 단순한 경영 방침이 아니라 실제 자본 집행 프로세스에 ESG 심의 절차를 공식 반영한 것으로 국내 제조업 중에서도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공장 투자 의사결정 구조에 ESG 리스크 검토 절차를 신설해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익성, 기술력, 사업성 중심으로 투자를 평가했다면 이제는 환경오염 가능성, 공급망 인권 문제, 지역사회 수용성 등도 검토 항목에 포함된다.
현대차는 “공장 신·증설 관련 투자 심의 프로세스 내 프로젝트의 환경·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는 ESG 리스크 검토 절차를 신설하고 적용 중”이라며 “리스크 최소화와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위해 전사적인 투자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ESG 경영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자본 배분 시스템에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ESG 평가를 대외 홍보나 투자자 대응 수준에 머무른 반면, 현대차는 이를 사업 핵심 의사결정에 포함시킨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기지를 다수 운영하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ESG 리스크는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문제다. 환경 규제, 인권 실사, 지역사회 반발 등은 공장 운영을 중단시키거나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유럽연합(EU)은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통해 기업에 대해 공급망 전체의 인권, 환경 리스크 책임을 지우고 있다.
현대차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글로벌 규제 흐름에 선제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현대차는 ESG 리스크와 비즈니스 가치를 동시에 고려한 핵심 성과지표(KPI)를 계속 발굴해 향후 신사업과 프로젝트 평가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는 2015년 이후 내부 거래 투명성 확보, 주주 권익 보호, 대규모 투자 검토 등 주주 가치 제고와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어 2021년에는 이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지속가능경영위는 기존 투명경영위 역할에 더해 ESG 분야로 안건 논의 범위를 넓혀 회사의 ESG 정책·계획·주요 활동 등을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추가로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ESG가 ‘좋은 일’을 넘어서 기업의 ‘리스크 관리 장치’로 진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현대차처럼 투자 의사결정에 ESG를 반영하는 것은 국내 제조업 전반의 ESG 내실화 흐름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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