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 현대차그룹, 판매·수출 ‘동시 추락’ 소식 들려오자 ‘초비상’
||2025.06.30
||2025.06.30
미국의 25% 고율 관세와 유럽 내 점유율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현대차·기아가 고전하고 있다.
전기차 확대 전략과 글로벌 판촉 강화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의 역성장과 북미 수출 감소가 겹치며 글로벌 전략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기아가 올해 5월 유럽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8만8천49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4만5천526대, 기아는 4만2천965대를 판매했다. 이는 각각 2.5%, 5.6%의 감소폭이다.
시장 점유율도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유럽 시장 점유율은 7.9%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줄었다. 현대차는 4.1%, 기아는 3.9%로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판매 차종을 살펴보면, 현대차는 투싼(1만 300대)과 코나(7,174대)가, 기아는 스포티지(1만 1,553대)와 씨드(8,030대)가 주요 모델로 집계됐다. 특히 영국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들어 5월까지 3만 8,669대를 판매해 브랜드 순위 10위에 진입했으나, 지난달 판매량(7,259대)은 기아(8,579대)보다 낮았다.
기아는 하이브리드 SUV인 스포티지가 5월 베스트셀링카 3위에 오르는 등 존재감을 보였지만, 전반적인 판매량은 전년보다 줄었다. 경쟁사인 토요타는 공급 지연과 인센티브 축소로 순위에서 밀려났지만,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미국 시장에서의 고율 관세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4월 3일부터 미국 정부는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인상을 “우리 자동차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며 앞으로 더 높일 수도 있다고 밝혀 우려를 키웠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54.3%에 이른다. 특히 전체 판매의 60%가 한국에서 수출되는 구조라 고관세는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앨라배마·조지아 공장 외에도 전기차 전용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최대 50만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일부 공장은 수출을 중단하고 전량 미국 내수용으로 전환한 상태다. 실제로 앨라배마 공장에서 인근 국가로 수출된 차량은 3월 3천570대였으나 5월에는 14대로 급감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올해 미국 내 차량 판매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춰, 전년 대비 3.1% 줄어든 1천540만대로 수정했다. 관세 인상으로 가격이 오르고,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글로벌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현대차·기아의 마케팅도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두 회사는 6월부터 최대 2,300만 원에 이르는 가격 할인을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투싼에 3만 즈워티(약 1,118만 원), 세르비아에선 아이오닉5·6에 최대 1만5천 유로(약 2,376만 원)를 할인해주는 식이다.
한국 내에서도 ‘H-슈퍼 세이브’라는 이름의 할인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그랜저·싼타페 등 주요 차종에 최대 600만원까지 가격 혜택을 제공하고 재고까지 공개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나 유럽 현지 판매 실적은 오히려 하락했다. 체코 공장의 판매량은 3월 2만 7천대에서 5월 2만 1천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기아 또한 한국에서 미국 외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며, 지난 3월 6만 1천대였던 수출 물량이 5월에는 5만 3천대로 줄었다.
현대차 측은 “현재는 관세 부과 전 재고 차량을 중심으로 버티고 있다”고 밝혔지만, 7월부터는 재고가 소진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토요타는 7월부터 미국 내 차량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고관세 장벽은 현대차·기아의 미국 의존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라고 지적한다. 국민대 권용주 교수는 “현지 생산 확대 외에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김경유 선임연구위원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관세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모두 차량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결국 부담은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는 금융·세제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기술·생산성 향상과 수출 다변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자동차 산업의 향방은, 결국 ‘미국 이후’를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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