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차는 너무 올드하잖아” … 한국 도로에서만 벌어지는 ‘기이한 현상’
||2025.06.30
||2025.06.30
한국 도로 위 자동차 색상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흰색과 검정색 일색이던 도로 위가 이제는 파랑, 빨강, 심지어 초록빛 차량으로 다채롭게 물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을 표현하면서, 무채색이 주류인 글로벌 흐름과 달리 한국에서는 유채색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도료업체 액솔타가 22일 발표한 ‘세계 자동차 인기 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채색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4%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15년(20%)보다 4%포인트 오른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유채색 비율은 24%에서 16%로 감소했다.
북미,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유채색 차량이 줄어든 데 비해, 한국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이 팔리는 색상은 여전히 무채색이다. 흰색이 전체의 33%로 1위를 차지했고, 회색(26%)과 검정(14%)이 뒤를 이었다. 은색은 2015년 12%에서 2024년 3%로 크게 줄어들었다.
유채색 중에서는 파란색(10%)이 가장 인기가 많았고, 빨간색(5%), 초록색(4%)이 그 뒤를 이었다.
이 변화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색상 전략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차는 최근 아이오닉9 출시와 함께 ‘셀라돈 그레이 메탈릭’, ‘이오노스피어 그린 펄’ 등 새로운 색을 선보였다.
그랜저 역시 방짜 유기에서 착안한 ‘브론즈 메탈릭 매트’나 백지를 연상시키는 ‘세리니티 화이트 펄’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기아는 자사 첫 픽업트럭 ‘타스만’에 ‘데님 블루’와 ‘탠 베이지’를, EV4에는 ‘마그마 레드’, EV6에는 ‘울프 그레이’와 ‘요트 매트 블루’ 등을 적용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총 36가지의 색상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트롬소 그린’이나 ‘세레스 블루’처럼 자연현상이나 우주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가 다수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외장은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시각 언어”라며, “소비자들도 이제 차를 나만의 메시지를 담은 오브제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차를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한국인들은 자신의 자동차로 남과 다른 개성, 나만의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제조사들에게도 이 변화는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차별화된 색상 전략이 곧 브랜드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시대가 왔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