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 경찰서에서 ‘자동차 문콕 사고’ 접수하지 말라 지시한 이유
||2025.06.30
||2025.06.30
자동차 문콕 사고가 발생했을 때,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과 번호판을 바탕으로 경찰서에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경찰서와 지구대에서는 “문콕 사고는 접수 대상이 아니다”라며 민원 접수를 거부하거나 다른 처리 방법을 안내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문콕 사고의 법적 처리 구조가 자리한다. 문콕은 주차된 차량 옆을 지나가다 차량 문의 모서리로 긁거나 찍히는 사고를 말하며, 고의성이 없는 이상 형법상 ‘범죄’가 아닌 단순 과실로 분류돼 민사 영역에서 다뤄진다. 즉, 재물손괴죄나 도로교통법 위반이 아닌 이상 경찰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는 피해를 입었고, 블랙박스를 통해 가해 차량의 번호판까지 확인된 상황에서 경찰이 “접수할 수 없다”고 말하면 억울함을 느끼기 쉽다. 이런 민원이 늘면서 일선 경찰서와 지구대에서는 교통사고 처리권한과 민사 분쟁 안내 사이에서 혼선과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경찰이 문콕 사고를 접수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장 큰 이유는 법적 관할의 한계다. 물리적 피해는 분명하지만, 문콕 사고는 도로교통법상 ‘교통사고’로 인정되지 않으며, 형법상 처벌 조항도 적용되기 어렵다. 그나마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에만 ‘재물손괴’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문콕은 블랙박스 영상만으로 ‘고의 vs 과실’ 여부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가해자가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을 경우, 신고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법리상 올바른 절차지만, 민원인이 느끼는 박탈감은 여전하다. 특히 차량 수리비가 100만 원 이상 나오는 경우, 가해자의 보험 처리 없이 피해자가 자비로 수리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매일 수십 건씩 문콕 사고 문의가 들어오지만, 대부분은 형사 사건이 아니어서 수사할 수 없고, 담당 부서도 없다”며 “형사접수 대신 민사 절차로 안내하는 데만도 상당한 인력이 소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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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문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먼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가해 차량의 번호판과 행위 장면이 명확히 찍혀 있고, 차량 소유자나 운전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경우, 피해자는 해당 가해자의 자동차 보험사에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는 보험사 간 협의로 처리되므로, 민사소송 없이 비교적 원만한 해결이 가능하다.
반면, 가해 차량 번호는 확인되었더라도 영상의 화질이 낮거나, 운전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민사청구도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자차보험을 이용해 수리를 받아야 하며, 보험처리 시 할증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운전자가 차량을 벗어날 때 도어를 천천히 열도록 유도하고, 실내에서 경고음을 울리는 시스템이 제조사 차원에서 확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일부 고급 차량에는 도어 제어 기능이나 소프트 클로징 기능이 적용되어 있어, 문콕 발생을 미연에 줄일 수 있다.
문콕 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불만은 크지만, 결국 현행법상 이를 형사 사건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경찰 개입보다는 보험 또는 민사 소송을 통한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다.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 경우에는 보험사에 직접 연락해 처리하면 되고, 가해자가 불명확할 경우 자차 보험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경찰도 단순 민사 분쟁에 개입하기보다는, 고의성이 짙거나 반복적인 재물손괴 행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경찰서에 문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도적 한계를 이해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접근이 필요하다. 자동차 사회에서 문콕은 더 이상 남 일만은 아니다. 피해 예방과 사후 대처 모두, 운전자 스스로의 정보와 대처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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