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의 전기차 재도전, ‘세닉 일렉트릭’으로 승부수 [시승기]
||2025.06.29
||2025.06.29
‘그랑 콜레오스’로 부활한 르노코리아가 이번엔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르노는 자체 담금질을 거친 신형 전기차 ‘세닉 E-테크 100%’(이하 세닉 일렉트릭)를 통해 전기차 주도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2022년 전기차 ‘조에(ZOE)’ 단종 이후 3년 만의 재도전이자 르노코리아 입장에선 시장 재입지를 노리는 중요한 시험대다.
세닉 일렉트릭은 1996년 출시돼 ‘1997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됐던 유럽 최초의 중형 다목적차(MPV) ‘세닉’을 뿌리로 한다. 메간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된 세닉은 출시 초기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번 5세대 모델부터는 르노의 친환경 전략인 ‘E-테크’를 기반으로 순수 전기차로 새롭게 태어났다.
2024년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쇼에서 처음 공개된 세닉 일렉트릭은 데뷔와 동시에 ‘2024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며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르노그룹의 전기차 전문 자회사 암페어(Ampere)가 개발한 전용 플랫폼 ‘AmpR 미디움’을 기반으로 하며 부품의 85%는 유럽산이다. 생산은 프랑스 공장에서 이뤄지고 국내에는 999대 한정 판매된다.
기하학적 디테일로 완성된 디자인
세닉 일렉트릭의 외관은 질 비달 르노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주도했다. 전면부는 르노의 새 디자인 언어를 적용해 독특한 인상을 준다. 전면 중앙을 가득 채운 로장주(다이아몬드) 형태의 패턴은 얇고 긴 헤드램프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그랑 콜레오스’와 유사한 구성을 보인다. 각진 범퍼와 양 끝 세로형 주간주행등도 강인한 인상을 더한다.
측면은 MPV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가깝다. 전장 4470밀리미터(㎜), 전폭 1856㎜, 전고 1575㎜로 기아 EV3보다 약간 크다. 20인치 휠은 르노 특유의 다이아몬드 패턴을 적용했고 휠을 차체 모서리에 가깝게 배치해 안정감을 살렸다.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로 면을 매끄럽게 처리했으며 충전구는 조수석 펜더에 위치한다.
후면은 전면보다 정돈된 느낌이다. 테일램프는 차체 양 끝으로 밀어 배치돼 넓은 인상을 주며 내부 디테일로 독창성을 더했다. 트렁크 중앙엔 르노 엠블럼과 차명이 자리잡고 있다.
기능성 강조한 실내
실내는 기능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했다. 12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주행 정보를 선명하게 표시하며 12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시인성과 정보 구성이 우수하다. 다만 시선을 다소 아래로 내려야 하는 점은 아쉽다. 운전석 A필러에는 페이스 아이디 기능이 탑재돼 사용자 프로필을 설정할 수 있다.
2열 공간도 넉넉하다. 무릎 공간은 278㎜, 머리 공간은 884㎜로 체감되는 거주 공간이 넓다. 평평한 플로어 구조도 거주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다. 중앙 팔걸이에는 컵홀더와 USB 포트, 스마트기기 거치대 등을 통합한 ‘인지니어스 암레스트’가 적용됐다. 경쟁차 대비 뚜렷한 장점이다.
실내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솔라베이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다. 개폐는 불가능하지만 버튼을 통해 투명도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루프 전체 혹은 절반만 조절할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탄탄한 주행 성능과 승차감
세닉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160킬로와트(kW·218마력), 최대토크 30.6킬로그램미터㎏·m의 전기모터와 LG에너지솔루션의 87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조합했다. 1회 충전 주행 가능거리는 최대 460킬로미터(㎞)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에는 7.9초가 걸린다.
가속은 경쾌하다. 과도하게 빠르진 않지만 일정한 힘이 이어지는 특성이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다소 가벼운 편으로 도심 주행에서는 장점이지만 고속 주행에서는 다소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스포츠, 에코, 페르소 등 4가지가 제공된다.
승차감은 뛰어나다. 20인치 휠에도 불구하고 노면 충격 흡수력이 우수하며 단단하게 세팅된 서스펜션은 코너링 시 차체 쏠림도 최소화한다. 전륜구동 방식임에도 후륜구동에 가까운 감각이 느껴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도로 이음매를 지날 때 뒷좌석 쪽에서 공명음 발생하는 것은 약간 아쉽다.
노면 소음 유입은 거의 없고 미쉐린 크로스클라이밋2 올웨더 타이어를 장착했음에도 정숙성이 뛰어나다. 이는 배터리와 섀시 사이에 흡음재를 대폭 적용한 결과다. 반면 고속 주행 시 풍절음은 다소 크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의 패들 시프트로 5단계 조절이 가능하며 원-페달 드라이빙 모드도 제공된다. 회생 제동 강도가 높은 편이라 상황에 따라 단계 조절이 필요하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프렌치 감성 전기차
세닉 일렉트릭은 프랑스 특유의 감성과 실용성이 조화를 이룬 전기차다. 과감한 조형미, 안정적인 주행 성능, 세심한 실내 구성은 매력적이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소비자에겐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반적인 균형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겐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판매 가격은 트림에 따라 5159만~6250만원이며 서울시 기준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4649만~5773만원 수준이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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