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자 AI 모델’ 공모 시작…AI업계, 자격 기준에 엇갈린 시선
||2025.06.25
||2025.06.25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구 월드베스트 LLM)' 프로젝트의 윤곽이 나왔다. '소버린 AI(주권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국내 AI 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공모 지원 자격과 심사 기준을 놓고선 시선이 엇갈린다. '믿을만한' 국산 모델을 보유한 기업 중심으로 성과가 기대된다는 시선과 파생형 모델을 통해 경쟁력을 보여온 소규모 기업은 배제된 것이란 아쉬움이 교차한다.
'독자 AI 모델' 경쟁 본격화…"소수 기업으로 더 좁혀야" vs "서비스 기업도 포함시켜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부터 약 1개월 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정예팀(컨소시엄 가능)을 공개 모집한다고 최근 밝혔다.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산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목표로 최대 5개 팀을 선발한 뒤 단계별 평가를 통해 최종 대상을 압축할 계획이다. 투입 예산은 총 1936억원이다.
이번 사업은 한국형 거대언어모델(LLM)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AI 모델에 견주는 소버린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진행됐다. 지원 자격은 모델 설계부터 사전학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 국산 모델 보유 기업으로 제한했다. 해외 모델(챗GPT, 라마, 클로드, 제미니 등)의 미세조정(파인튜닝)을 통한 파생형 모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기준에 따라 참여 가능 기업은 사실상 소수로 좁혀졌다. 현재 독자 AI 파운데이션을 개발 중이거나 상용화한 대기업은 네이버(하이퍼클로바X), LG AI연구원(엑사원), 엔씨소프트(바르코), KT(믿음) 등 정도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업스테이지(솔라), 코난테크놀로지(코난)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원 자격 요건이 AI 서비스 경쟁력을 보여온 소규모 기업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쿠팡에서 쇼핑할 때 클라우드 사업자가 어디인지 소비자들이 따지지 않듯, AI도 실질적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한국은 특히 AI 에이전트 분야에 강점이 있는 만큼, 다양한 주체를 포용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원 자격을 더 엄격히 해 기술력 있는 기업에 더 많은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100B(100억개 파라미터), LG 엑사원 30B, 50B 이상, 엔씨소프트 30B 규모로 독자 AI를 구축한 상태로 알고 있다"며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폭넓은 AI 활용을 고려하면, 최소한 일정 규모 이상의 모델을 보유한 기업부터 먼저 추려 심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 일부 국가는 소수 기업에 최소 수십조원을 투입해 국가 주도 소버린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국은 2000억원도 안 되는 예산으로 5개 기업까지 뽑아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업이 일부 대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네이버·LG 출신 AI 전문가의 장관 인선은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와 LG는 이미 관련 성과가 입증된 기업이지만, 정부 고위직에 출신 인사가 발탁되면서 오히려 이들 기업에 집중 지원이 부담스러운 구조가 됐다"며 "정부가 한두 곳에 집중해 성과를 내는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음에도 특혜 논란 등을 의식하면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평가 기준과 관련해 "기술력과 개발 경험이 충분한 팀인지, AI 생태계 확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평가표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사례처럼 현재는 무료로 공개된 오픈소스 AI 모델이 언제든 유료화되거나 폐쇄될 수 있다"며 "국내 자체 모델 확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이번 프로젝트도 그런 배경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외부 평가위원을 별도로 섭외할 방침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