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7대가 37대로 추락”… 잘나가던 EV9, ‘하루아침에’ 사라진 진짜 이유
||2025.06.24
||2025.06.24
한때 ‘잘 나가던’ 기아의 전기 SUV EV9이 미국 시장에서 극심한 침묵에 빠졌다.
미국 전역 약 800개 딜러점에서 단 37대가 팔렸다는 실적은, 그간 수천 대씩 팔리던 전적을 고려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치다.
기아는 지난해 EV9을 통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지 생산 기반과 안정된 수요를 바탕으로, EV6를 제치고 전기차 라인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에 분위기는 급변했다.
기아의 EV9은 2025년 5월 미국 시장에서 단 3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2,187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98.3%나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아의 또 다른 전기차 EV6도 전년 대비 69.9% 줄어든 801대가 판매됐고, 연간 누적 판매량은 40% 넘게 감소했다. 전기차 라인업 전반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의 전체 미국 판매량은 되레 상승했다. 5월 기준 전년 대비 5.1% 증가한 79,007대를 기록했고, 올해 누적 기준으로는 10% 증가한 35만 대를 넘어섰다. 이는 전기차 외의 내연기관 차량이 판매 실적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EV9의 급락은 소비자 외면보다는 재고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내 기아 공식 웹사이트와 중고차 플랫폼에 올라온 EV9 재고는 소량으로, 현재 딜러들이 보유한 물량 대부분은 2026년형 모델로 분류되지만, 실제 매장에 입고되지는 않은 상태다.
기아는 이미 2026년형 EV9의 가격을 공개했으며, 일부 트림 가격은 인하됐다. 또한 테슬라 슈퍼차저와 호환되는 NACS 충전 포트를 채택해 경쟁력을 높였다. 하지만 모델 교체 시기의 공백이 길어지며 판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아의 내연기관 차량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K5 세단은 5월 한 달간 6,957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고, 누적 판매는 28,951대로 220% 가까이 뛰었다. 미니밴 카니발도 5월에 6,975대가 팔리며 68% 증가했고, SUV 라인업인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쏘렌토 역시 견조한 실적을 보였다.
EV9의 부진은 기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최근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혹은 전통적인 내연기관차에 눈을 돌리는 흐름도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차는 정반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을 미국 시장에 본격 투입하며 전기차 주도권을 다시 노리고 있다.
현지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관세 부담을 줄이고, IRA 보조금 7,500달러 혜택도 받는다. 게다가 충전 인프라에서도 테슬라 슈퍼차저와 ‘아이오나(Ionna)’ 충전망까지 갖춰 경쟁 우위를 노리고 있다.
아이오닉 9은 ‘2025 워즈오토 10 베스트 인테리어 & UX’에 선정됐고, ‘뉴스위크가 뽑은 가장 기대되는 신차’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시장 기대도 높다.
EV9의 ‘37대’라는 판매 성적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속에서 공급 전략, 연식 변경, 소비자 심리 변화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기아가 2026년형 EV9로 반등할 수 있을지, 혹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9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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