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목 받는 ‘IAA 모빌리티쇼’…VDA 힐데가르트 뮐러 회장 “CES가 기술 쇼라면, IAA는 실사용 중심의 모빌리티 전시회”
||2025.06.23
||2025.06.23
오는 2025년 9월 9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쇼 2025'는 단순한 자동차 전시회가 아니다. 글로벌 정책 대화, 기술 실증, 산업 간 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서 전 세계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 다수는 그동안 CES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유럽 고객·정책·인프라와의 실질적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IAA 모빌리티 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IAA 모빌리티 쇼가 제공하는 기회와 유럽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짚어봤다.
빅테크 기업의 IAA 모빌리티 쇼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세계 각국의 참가사가 늘고 있고, 특히 미국 기업들의 IAA 참여가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기반의 테크 기업들도 모빌리티 미래를 형성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IAA는 단순히 유럽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최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모빌리티 전시회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전기차, 자율주행, 디지털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은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IAA는 이들의 활약 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가전 쇼 ‘CES’에 익숙하다. IAA와 CES의 차이점은?
IAA는 CES와 자주 비교되지만,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CES가 기술 시연과 콘셉트 중심의 전시라면, IAA는 완성차, 부품, 자율주행, 배터리, 도시 인프라, 교통정책, 디지털 서비스까지 모빌리티 전반을 실사용 관점에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기술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CES와 달리, IAA는 실제 도입과 비즈니스 연계를 통해 기술이 시장에서 구현되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CES와 IAA의 차이를 살펴보니, 미국과 유럽이 모빌리티 혁신을 추진하는 방식 자체에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그렇다. 미국은 실행 중심, 유럽은 구조 중심으로 모빌리티 혁신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미국은 민간 주도의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나 AI 통합 등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모든 시나리오를 사전에 정의하지 않고도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유연하고 실험적인 문화가 강점이다.
반면 유럽, 특히 독일은 제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는 데 강점을 보이며, 정책과 실수요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실증 중심의 프로젝트가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인해 데이터의 실질적 활용에는 제약이 있는 환경이기도 하다. 기업들이 축적해온 데이터는 단순한 보안 대상이 아니라,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전략적 자산이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럽은 강점을 보인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연구개발 투자와 특허 등록 건수에서 타 산업을 압도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기술, 지속가능성, 순환경제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양 지역은 혁신을 이끄는 방식과 기반이 다르지만, 서로의 장점을 융합할 수 있는 연결 지점이 존재한다. IAA는 바로 이 교차점에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실질적 협업을 실현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기술, 규제, 정책,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이 무대는 차세대 모빌리티 혁신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 전환’은 모빌리티 산업의 메가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이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두 시장의 차이는 한국 기업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전기차 확산은 단순한 제품 변화가 아니라, 도시와 산업 시스템 전반을 전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각 지역의 시장 구조와 정책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취해야 할 전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기업 자율성을 중시하는 시장으로, 연방 차원의 일관된 규제보다는 주별로 상이한 환경을 보인다. 예를 들어 주마다 탄소배출 기준이나 충전 인프라 정책이 달라 기업 입장에서는 일관된 대응이 쉽지 않은 구조다.
반면 유럽은 정책과 인프라가 통합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전기차 보급률도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전체 EV 수요의 약 30%가 유럽에 집중돼 있고, 자율주행이나 순환경제 관련 규제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시장이다.
이처럼 유럽은 규제가 다소 강하지만 실행력이 높고, 미국은 규제는 느슨하지만 유연성과 속도 면에서 장점을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시장별 정책 구조와 실수요 기반을 반영한 맞춤형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주행 기술을 놓고 보면, 미국 일부 주가 유럽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독일 제조사들도 이 분야에서 여전히 선두에 있으며, 미국 내 자율주행 허가를 가장 먼저 받은 기업도 독일 업체였다.
유럽은 안전성과 점진적 규제 적용을 중시하는 만큼 데이터 활용에 있어 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가 협력해 자율주행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과 인공지능(AI) 통합 측면에서 미국과 독일의 제조기업들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차이는 어떤 배경에서 비롯될까?
미국 기업들은 AI 통합과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아키텍처 전환에 있어 매우 빠르고 선도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 수준의 차이라기보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려는 문화적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독일 역시 최근 이러한 변화에 점차 적응하고 있고,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을 적극 수용해 가고 있다. 다만 독일 제조기업들은 여전히 정밀한 엔지니어링과 장기적인 내구성을 중시하는 전통적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구독형 기능(subscription-based features)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IAA에서는 이러한 SDV와 AI 융합 분야에서의 최신 기술과 실제 적용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될 예정이다. 전통 제조 강국과 디지털 혁신 기업 간의 협업 구조가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IAA는 미국·유럽처럼 수요가 다른 시장을 어떻게 아우르며, 한국처럼 복합적인 시장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럽 시장은 일반적으로 작고 효율적인 차량을 선호하는 반면, 북미 시장에서는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세다.
IAA는 이처럼 지역별로 상이한 수요를 균형 있게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양한 크기와 성능을 갖춘 전기 SUV 모델들도 대거 전시된다. 특히 지속가능성과 성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기술적 해법들이 소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은 소비자 측면에서는 유럽처럼 실용성과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제조 측면에서는 미국식 대형 플랫폼에 대한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에게 IAA는 글로벌 수요 지형을 한눈에 파악하고, 제품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테스트 무대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시장의 수요를 고려한 제품 포트폴리오 설계, 그리고 현지 OEM과의 협업 기회를 모색하기에 적합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IAA에서의 성공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IAA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을 전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얼마나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는가, 실제로 어떤 국제 협력이 형성되었는가, 현장에서 기업과 참관객이 어떤 몰입과 통찰을 경험했는가가 핵심 기준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에게 IAA는 단순히 글로벌 트렌드를 확인하는 장이 아니라,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전략적 방향성을 점검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단순히 '보는 전시회'를 넘어 직접 대화하고 배우고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IAA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빌리티 산업은 지금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IAA는 이러한 전환기에 한국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적으로 발언하고, 협력의 축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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