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된 스테이블코인...韓 유통업계 도입 가능성은?
||2025.06.18
||2025.06.18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대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며 국내 유통업계 도입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과 월마트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아마존의 경우 온라인 구매 시 사용 가능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자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유통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제 수수료 절감이 가능해서다.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 지급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보증할 수 있다. 즉 결제에서 법정화폐가 불필요한 것이다. 단 소비자가 신뢰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 위해선 법정화폐에 자체 코인을 페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카드 수수료는 1.5~3.5% 수준으로 여기엔 건당 2.2달러의 교환 수수료(은행), 0.15% 안팎의 카드망(비자·마스터) 수수료 및 결제 처리(VAN·PG)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 교환, 카드망 수수료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에서 불필요하고 결제 방식 변화에 따라 처리 수수료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카드 수수료는 그간 유통기업들의 이익을 저해하는 주 원인으로 꼽혀왔다. 미국의 경우 소송전도 불사하며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2005년 미국 유통기업들이 비자·마스터 등 신용카드사와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웰스파고 등 은행들로 제기한 독점 금지 소송에서 뉴욕법원은 2012년 유통기업들 손을 들어줬다. 이에 금융사들은 72억달러(약 10조원)의 합의금을 유통업계로 지급했다.
2024년 회계 기준 아마존과 월마트는 각각 6479억달러(약 882조원), 6810억달러(약 927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거래액당 부과되는 지급결제수수료를 2.0%로 가정하고 매출에만 적용해도 연간 130억달러(약 17조원) 이상의 이익 확대가 가능하다. 지난해 아마존과 월마트의 영업이익은 각각 210억달러, 293억달러였다. 수수료 절감만으로 영업이익이 50%가까이 늘게 되는 것이다.
거래 중개자의 역할을 낮춰 지급결제 과정을 단축할 수도 있다. 현재 VAN(온라인은 PG)-카드사 또는 핀테크-상업은행-중앙은행으로 이어지는 지급결제 과정을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망에서 시스템으로 처리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는 다수의 납품 업체들과 거래하는 유통기업에게 중요한 현금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
실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외화송금의 경우, 1973년 만들어진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망을 쓰지 않아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다. 전통 금융에서 외화 송금은 통상 1~5일 가량이 걸린다. 반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인 USDC, USDT는 이더리움, 솔라나, 폴리곤 등 사용하는 블록체인 망에 따라 적게는 수초, 많아도 수십분내 처리가 가능하다.
관련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자본시장의 전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USDC 발행사 서클(Circle)의 얌키 찬 부사장은 지난해 9월 두나무가 개최한 '업비트 D 컨퍼런스'에서 "화폐는 이미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고,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달러의 발전형"이라며 "화폐 자체에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게 특장점이고, 아시아 시장에서 75% 가량의 법정화폐가 달러로 환전되며 발생하는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분야뿐만 아니라 국경간 지급결제, 국제 송금 등 전통 자본시장의 모든 분야에서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업계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 또는 사용 논의가 이재명 정부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와 맞물려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스타벅스 등 소비자에게 인기인 선불충전 시스템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는 관측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유통기업들은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과 같이 이미 소비자에게 친숙한 자체 결제 기반을 갖고 있어 제도만 마련된다면 비교적 쉽게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앙은행, 시중은행, 각종 결제 대행사들간 B2B단에서 변화가 있는 것이지 소비자 접점엔 큰 차이가 없어 대중화도 시간 문제다"고 전망했다.
국내 유통업계 역시 미국과 같이 과거 수차례 카드사들과 수수료 갈등을 빚은 바 있다는 점도 추진 동력을 제공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통기업들이 카드사로 지급하는 수수료는 거래액의 1.6~2.2% 수준이다. 또 2024년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롯데쇼핑 3.38%, 쿠팡 1.46%, 이마트·신세계 1.29%으로, 결제지급수수료 제외 시 이익 상승 효과가 상당하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는 유통기업들 영업 실적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 조단위 매출에서 1~2%면 웬만한 적자는 모두 메울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다만 소프트웨어 도입 등에 시간이 필요하고 제도적 논의도 미완인 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형유통업체 관계자도 "스테이블코인 같은 디지털 결제수단은 글로벌 유통업계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주제라 내부적으로도 트렌드를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