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 침체인데 “이렇게 될 줄이야”…비싸서 포기했던 고객들 ‘이곳’으로 몰렸다
||2025.06.14
||2025.06.14
“신차는 부담돼서 포기했는데, 여기는 다르네”
전기차를 멀리했던 소비자들이 뜻밖에도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가격도 비싸고, 충전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신차 시장에서 외면받던 전기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이다.
올해 1분기 중고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이었다. 국내 전체 중고차 판매량은 약 49만 대로 전년 대비 4% 줄었다. 고금리와 고물가 탓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만은 예외였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중고 전기차 판매량은 1만832대로 전년 대비 47.4% 급증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전기차가 처음으로 1만 대를 넘긴 기록이다.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는 15.6% 증가에 그쳤고, 휘발유 차량은 3%, 경유는 10.4%, LPG 차량은 8.6% 줄었다.
속도도 빨랐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전기차는 매입 후 판매까지 평균 19일이 걸렸는데, 이는 휘발유(33일), 하이브리드(43일)보다 짧은 기간이다.
같은 시점 전기차 평균 시세는 2666만 원으로 하이브리드(2626만 원), 휘발유(1985만 원)를 웃도는 모습을 보여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전기차가 중고 시장에서 이렇게 주목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사고 이력, 잦은 고장 등 ‘레몬마켓’의 대표격으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전기차는 구조 자체가 단순하고 부품 수가 적어 고장이 덜하다. 실제 독일 자동차협회(ADAC)는 1000대당 고장 건수가 전기차(4.2건)가 내연차(10.4건)의 절반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구매자들 대부분이 차량 유지 비용과 고장 가능성을 우선 고려한다”며 “전기차는 연료비는 물론 수리비도 낮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강점은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다.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재활용 가치가 높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30년 73조 원, 2040년에는 23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노후 전기차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케이카 조은형 애널리스트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전기차의 잔존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도 가격이 급락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기 있는 중고 전기차도 수입차 위주에서 실용성이 높은 SUV와 경차로 다변화되고 있다. 올 1분기 중고차 전기차 판매 상위 3개 모델은 준중형 SUV 아이오닉5와 EV6, 그리고 중형 세단 모델3가 차지했다.
모델3는 2년 전만 해도 1위였지만 올해 3위까지 내려왔다. 과거 전기 중고차 시장에서는 테슬라 같은 일부 인기 수입차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영업자 영업용이나 세컨드카 등으로 쓰는 ‘실용파’가 크게 늘었다.
실제로 케이카에 따르면 최근 시세가 가장 가파르게 오른 전기차는 소형 SUV 코나 일렉트릭, 경형 RV 레이 EV 등이다. 차체는 작지만 실내 공간이 넓어 활용도가 높은 차량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최근 국내 전기차 시장 변화도 중고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올 1분기 국내 전기차 시장은 작년 동기 대비 31% 급증하며 전국 지자체 곳곳에서 지자체 보조금이 조기 소진됐다.
그 여파로 전기차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 모델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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