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함께 치아·시력도 잃었다”… GLP-1 비만치료제 부작용 논란
||2025.06.12
||2025.06.12
당뇨·체중감량 치료제 오젬픽(Ozempic), 위고비(Wegovy) 등이 부작용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 환자를 중심으로 치아가 뿌러지거나 심각한 시신경에 문제를 일으켰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경제 방송 씨엔비씨(CNBC)는 11일(현지시각) 오젬픽이나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복용한 환자 일부가 치아 손상 또는 갑자기 빠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치통 없이 치아가 통째로 부러지는 사례도 보고됐다. 한 환자는 “자고 일어나보니 어느 순간 이가 부서져 있었다”며 “무섭고 참담했다”고 전했다.
의료계는 아직 이 같은 현상의 직접적 연관성을 단정하긴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GLP-1 계열 약물이 구강 건조를 유발하고 급격한 체중 감소와 영양 불균형이 치아와 잇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구토, 위산 역류,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이 이어질 경우 구강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3년부터 오젬픽 관련 부작용 신고가 늘자 해당 사례들을 검토 중이다. 다만 FDA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치아 손상 부작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이 약물 복용 후 치과 진료를 받았다는 후기들이 잇따르면서 환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 테네시 주에 사는 한 여성은 “오젬픽을 복용한 지 수개월 만에 앞니가 두 개 빠졌다”며 “체중은 15kg 이상 빠졌지만 다시는 웃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성은 “갑작스러운 이빨 손상으로 치과 치료비만 수천 달러가 들었다”며 집단소송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와 더불어 유럽의약품청(EMA)은 최근 오젬픽을 처방 받은 환자가 심각한 시신경 질환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질환은 ‘비(非)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으로, 통증 없이 갑작스럽게 한쪽 눈이 흐려지고 결국 실명에 이르는 병이다.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은 주로 50대 이상 성인에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과 함께 발생 확률이 높은 질환으로 알려졌다. 당뇨 환자나 고령층이 주 복용층인 GLP-1 계열 약물 사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노출 위험군이 형성된 셈이다.
EMA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긴 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 복용자에게서 이 질환이 관찰됐다”며 “약품 라벨에 이 내용을 명시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덴마크 의약품청도 관련 이상 사례를 EMA에 보고했으며 이 문제는 현재 EMA의 약물감시위(Pharmacovigilance Risk Assessment Committee)에서 우선 검토 대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에 오젬픽 제조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NAION과 세마글루타이드 간의 인과관계는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당국의 검토 결과를 존중하며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기존 연구를 통해 의약품에 대한 시력 관련 위험은 입증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 언론은 “시력이 흐릿해졌다는 소비자 제보가 SNS 등지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체중은 줄었지만 시력을 잃었다는 증언은 약물 안전성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국내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도 위고비, 오젬픽 등 GLP-1 약물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장기 복용에 따른 건강 영향은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며 “정기적인 검진과 환자 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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