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앱통제’ 흔들리나… 韓 개발사 10조 손해배상 요구 집단 소송
||2025.06.12
||2025.06.12
우리나라 앱 개발사들이 구글·애플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섰다. 인앱결제 강제와 과도한 수수료 구조에 대한 반발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플랫폼 독점에 대한 법적 대응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팡스카이’와 대한출판문화협회·한국전자출판협회 등 출판업계는 이달 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5월 애플에 제기한 소송에 이어 두 번째다.
소송 골자는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 부과 행위 금지 요청과 함께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따른 배상 청구다. 소송을 담당한 법무법인 위더피플은 "구글·애플의 독점 행위로 인해 한국 콘텐츠 업계가 수년간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수수료 피해를 입었다"며 전체 배상액을 최대 10조원으로 추정했다.
위더피플은 이날을 기준으로 집단조정에 참여한 게임사 및 앱 개발사 수는 120여곳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4월 출범 당시 참여한 업체 수가 68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2배로 확대된 것이다.
집단 소송의 결정적인 배경은 철옹성 같던 공룡 앱 마켓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구글, 애플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책을 시행 중이다. 특히 인앱결제 강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에서 에픽게임즈가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잇따라 승소한 것이 쐐기를 박았다.
에픽게임즈는 2020년 '포트나이트'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구글과 애플 앱마켓에서 퇴출당하자, 이들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은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독점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에는 미 항소법원이 애플이 외부 결제 시 27% 수수료를 부과하려 한 시도를 '명령 위반'으로 판단, 애플 측의 집행정지 요청을 기각했다.
이러한 연이은 판결들은 앱마켓의 독점적 지위와 인앱결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에픽게임즈는 11일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게임사의 연대 움직임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클 모든 에픽게임즈 시니어 디렉터는 "애플과 구글의 정책이 개발자들에게 굉장히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한국 개발자들이 이렇게 한데 모여서 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기쁜 일이다"고 전했다.
외부결제 길 열렸지만 실익 '제로'… 그 사이 배 불린 구글·애플
국내 업계에서는 구글·애플이 책정한 앱 마켓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구글과 애플이 한국에 적용되는 앱 마켓 기본 수수료는 최대 30%다. 연 수익 100만달러(약 13억원) 이하의 소규모 개발사에 대해 수수료를 15%로 낮춰주고 있지만, 전체 거래액 중 소규모 개발사의 비중이 낮아 실제 수수료 총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로 외부결제 길이 열렸지만, 애플과 구글의 지배력은 여전히 남아 있어 실효성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제3자 결제방식의 경우 앱 마켓에 내는 수수료가 3~4%p 줄어들지만, 실상은 신용카드 및 PG 수수료 등을 추가로 부담하면 기존 수수료 30%를 뛰어넘어 실익이 없는 구조다.
앱 개발사 입장에선 선택지도 마땅치 않다. 국내 앱 마켓 시장의 90%를 구글과 애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앱의 유의미한 다운로드 수를 확보하려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과 사용자 수를 보유한 구글·애플의 플랫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가 있지만, 해외 시장 진출까지 고려한다면 좋은 대안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독점적인 지위로 구글과 애플이 한국에서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는 앱 마켓 매출을 별도로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업계에서 추산하는 수익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실태조사에선 2023년 기준 양대 앱 마켓에서 발생한 거래액이 약 8조1952억원으로 집계했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7.2%, 29.7%이다. 개별 앱·계약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수수료율 상단인 26%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도 양대 앱 마켓의 합산 수수료 수익은 연간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정치권, 입법 움직임… '거대 앱 마켓 견제' 속도 내나
정부와 정치권의 향후 대응에는 관심이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보완 입법을 통해 '앱 수수료 정상화'를 천명했다.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가 외부 결제에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수수료를 책정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7일엔 최민희(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앱 마켓 사업자 영업보복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정책 드라이브에 힘을 실었다. 개정안은 앱 마켓이 인앱 결제 강제 문제를 신고한 콘텐츠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영업 보복' 행위를 금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위반 행위 적발 시 피해를 입은 해당 콘텐츠 사업자는 최대 3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입증 책임도 앱 마켓이 져야한다는 점에서 앱 개발사에게 유리한 조항도 담겼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그간 앱 마켓의 불이익 조치에 대해 구제 받을 방법이 없었지만 길이 열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를 중심으로 집단 움직임엔 대해선 "향후 글로벌 규제 추이, 애플·구글 소송 국면에 따라 국내 앱 개발사의 연대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EU나 일본에 준하는 초강력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U집행위원회는 디지털 시장법(DMA)에 따라 수십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애플을 압박, 앱스토어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7%로 대폭 낮추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작년에 제정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 촉진법'의 연내 시행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안은 제3자 결제 허용, 앱 마켓 개방, 자사우대 금지 등이 핵심이다. 위반 시 경쟁 당국의 조사와 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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