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업체들 ‘폐업 러시’ 본격화… '과잉 생산'에 발목 잡혔다
||2025.06.11
||2025.06.11
[더퍼블릭=양원모 기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폐업 러시가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두와 지리자동차가 합작해 '테슬라 대항마'로 기대를 모았던 지웨 자동차는 지난해 11월부터 생산을 멈췄고, 올해 12월에는 급여조차 지급 못해 직원들이 샤이핑 최고 경영자(CEO)를 포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웨이마, 가오허 등도 시장에서 퇴출됐다.
출혈 경쟁의 근본 원인은 심각한 '과잉 생산'이다. 중국 시장 조사업체 가스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49.5%에 불과했다. 공장 절반이 멈춰 선 셈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수는 2018년 34개에서 2023년 80개로 폭증했으나, 생산량은 수요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전기차 생산량은 1289만 대로 전년 대비 34% 늘었지만, 내수 판매량 증가율은 22%에 그쳤다.
업체들의 선택은 가격 인하였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지난달 20여 개 모델 가격을 최대 34%까지 인하하며 가격 전쟁의 포문을 열자 샤오펑, 지리, 체리 등 40여 개 브랜드가 최대 47%에 달하는 할인으로 맞불을 놨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4월 중국 자동차 업계의 평균 할인율은 16.8%로, 지난해 평균 8.3%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래도 팔리지 않은 재고는 편법으로 처리됐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중국 중고차 시장에서 주행거리가 50㎞ 미만인 신차급 중고차가 전체 13%인 1960만 대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신차를 출고 처리한 뒤 중고차로 둔갑시켜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꼼수다. 인민일보는 "신차를 중고차로 속여 판매하는 행위는 소비자 기만"이라며 비판했다.
이렇다보니 수익성은 처참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중국의 주요 전기차 업체 50여 곳 중 흑자를 낸 기업은 BYD, 리오토, 세레스 단 세 곳뿐이었다"고 보도했다. 창청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지난달 신랑재경 인터뷰에서 "중국 자동차 산업엔 '헝다'가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터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경고했다. 무분별한 확장 끝에 부채 위기에 빠진 부동산 개발사 헝다를 언급한 것이다.
수출에서도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수출 증가율은 6.7%로 2021년 39%, 2022년 119%에 비해 급격히 둔화됐고, 수출액은 6.3% 감소해 2017년 이후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자동차 컨설팅사 JSC 오토모티브의 요헨 지버트 대표는 "미국 시장은 완전히 닫혔고, 동남아시아도 더 이상 대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중국 산업정보화부는 지난 5월 주요 자동차 제조사 대표들을 소집해 "무질서한 가격 인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다만 이전에도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주도로 16개사가 '가격 경쟁 자제' 협약을 맺었다가 반독점법 위반 논란으로 조항이 삭제된 바 있어, 시장 자정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크다.
존 머피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석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수요 부족과 극단적인 가격 인하가 이어지고 있어 결국 업계 전반에 대대적인 통합이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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