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마이바흐만 있는 게 아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제네시스의 ‘정체’
||2025.06.10
||2025.06.10
2025년 6월 4일, 제21대 대통령 이재명의 취임식 날. 서울 여의도 국회를 향해 이동하는 검은색 리무진이 눈에 들어왔다.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S-클래스 가드, 세계 정상들이 타는 최고급 방탄 세단이다.
이 차량은 메인 전용차로 외부 행사에서 주로 사용된다. 강한 물리적 공격에도 견디는 방호력, 손상된 타이어로도 시속 80km로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 화학무기 방어 기능까지 갖췄다. 사실상 ‘움직이는 요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항상 이 차만 타는 것은 아니었다. 전임 대통령들은 청와대와 용산 경내 행사 공간에서는 제네시스 EQ900을 의전차로 활용했다. 비교적 보안 위협이 적은 환경에선 실용성과 국산차 상징성이 우선됐다.
제네시스 EQ900은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공식 의전차량으로 처음 채택되며 주목받았다. 방탄·방호 기능을 탑재한 이 차량은 당시 대당 약 6억 원으로 알려졌고, 청와대 등 비교적 보안이 확보된 행사에서 사용됐다.
그 존재는 대통령 의전차량이 외제차 일색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국산차도 최고 권력자의 ‘얼굴’이 될 수 있다는 상징성을 확보한 셈이다. EQ900은 ‘조용하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아 국산 기술력의 신뢰를 쌓았다.
현재 이 차는 단종된 모델로, 후속 모델인 G90이 등장했지만 방탄·방호 기능을 갖춘 대통령 전용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EQ900을 잇는 ‘국가대표 세단’이 탄생할지 여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아는 군용 전술차량 분야에서 방탄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현대로템 역시 K2 전차 등 첨단 무기를 생산한 경험이 있어, 그룹 내 기술력과 인프라를 고려할 때 방탄 차량 생산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대통령의 관용차 중에는 시스의 G90 롱휠베이스 모델도 있다. 제네시스 G90은 2018년 정식 출시된 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 세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대통령 차량으로 채택된 모델은 ‘롱휠베이스(LWB)’ 버전으로, 일반 모델보다 앞뒤 바퀴 간 거리를 늘려 내부 공간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이는 실용성뿐 아니라 고위급 의전에 요구되는 품격과 안정감까지 동시에 충족시킨다.
대통령의 차량들에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선택됐다. G90는 EQ900의 후속 모델로, 여전히 격식 있는 자리에 투입되며 국산차의 품격을 상징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 차량의 계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국내 기술로 다시 완성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제네시스의 존재감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전 세계 생중계 화면에 한 대의 흰색 SUV가 등장했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탑승하는 공군기 옆에 조용히 자리 잡은 차량은 다름 아닌 제네시스 GV80이었다.
공식 설명은 없었지만, 이 한 장면으로 GV80의 글로벌 위상을 부각시켰다. 이 차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네시스 모델로,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우즈가 다리 부상에만 그쳐 생명을 구한 사례로도 잘 알려져 있어 차량의 안전성이 주목받기도 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후원하며 100만 달러를 기부했고,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취임 전 만찬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에 단순한 차량 노출을 넘어, 정계와의 거리 좁히기와 브랜드 전략이 함께 작동한 셈이다.
오늘날까지고 GV80은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모델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SUV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오늘의 제네시스를 만들어낸 배경엔 정의선 회장의 기술 집념이 자리한다. 그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탄생부터 미국 시장 확대 전략까지 직접 주도하며, 고급차 시장에 국산 브랜드의 가능성을 심어왔다.
특히 SUV 라인업을 강화하고 전기차 전환 흐름에 맞춰 ‘GV90’이라는 플래그십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는 진출 10년 만에 연간 판매량이 10배 이상 증가했고, GV70과 GV80도 매달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제 제네시스는 정의선 회장이 세계에 내세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 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의 차’ 하면 누구나 제네시스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외국산 차들이 즐비했던 청와대 차량 대열에서 국산 브랜드가 주인공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EQ900은 그 결과물이다. 대통령이 타는 차로 국산차가 선택된 것은, 단순한 비용 문제나 브랜드 선호가 아닌 기술력에 대한 확신의 표현이다. 앞으로 그 바통을 이어받을 G90의 역할도 기대된다.
그 상징의 중심에는 대한민국 기술력의 자신감과 정의선 회장의 뚝심, 그리고 국민 브랜드로서의 상징성이 있었다. 검은 제네시스가 앞장서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국가의 품격을 실은 행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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