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화학은 잊어라”… 항암제 개발 총력전 돌입한 ‘LG화학’
||2025.06.10
||2025.06.10
올해 LG화학이 다양한 항암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임상에 필요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상승시키는 등 생명과학 부문 투자를 늘려 외형확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구축에 나선 것이다.
10일 관련 업계를 살펴보면 LG화학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22개) 가운데 항암 파이프라인 비중은 약 41%에 달한다. LG화학의 항암 신약개발 최전선에는 미국 손자회사인 ‘아베오파마슈티컬(이하 아베오)’이 있다.
회사는 지난해 1월 미국 항암전문 바이오텍 아베오를 7072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창립 이래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다. LG화학은 아베오를 중심으로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와 두경부암 치료제 ‘파이클라투주맙’ 등 항암제 라인을 확대하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특히 회사는 최근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포티브다의 최신 데이터와 파이클라투주맙 임상 3상 현황을 속속 공개했다.
포티브다는 2017년 유럽 의약품청(EMA), 2021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각각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LG화학은 신장암 2차 치료제로 사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포티브다의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은 올해 하반기에 초기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이번 ASCO에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또는 VEGF TKI+면역항암제 조합으로 치료받은 전이성 신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포티브다+옵디보 병용요법 또는 포티브다 단독요법의 2차 치료 효과를 공개했다.
임상 결과, 옵디보+여보이 실패 군에서 포티브다 단독요법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9.2개월로 포티브다+옵디보군의 9.3개월과 유사했다. 객관적반응률(ORR)은 오히려 포티브다 단독요법이 32.4%로, 포티브다+옵디보군의 24.2%보다 길었다.
포티브다는 2024년 매출 약 2100억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회사는 약물의 적응증 확대를 노려 실적 폭을 늘릴 계획이다.
또 다른 임상인 파이클라투주맙 3상은 HPV 음성 재발성 또는 전이성 두경부 편평세포암(HNSCC) 환자를 대상으로 파이클루투주맙과 세툭시맙을 함께 투여했을 때 병용 효과를 보는 연구다. 세툭시맙은 머크가 개발한 두경부암 치료 표적항암제다.
해당 병용요법은 앞선 2상을 통해 무진행 생존기간 중간값(mPFS)이 3.6개월, 객관적 반응률(ORR) DMS 38%를 기록하며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약물로 지정됐다.
현재까지 나온 대부분의 면역항암요법들은 희귀 암종인 두경부암의 생존 기간을 1년 이상 늘리기 위해 도전 중이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은 파이클라투주맙+세툭시맙 병용요법 생존기간에 초점을 맞춰 임상을 진행해 2026년 5월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또한 아베오는 최근 파이클라투주맙 글로벌 임상기관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려 110곳을 선정했다. 아베오는 임상 지역을 확대해 환자 접근성을 높여 다양한 임상 케이스를 수집할 방침이다.
LG화학이 두경부암 시장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분석기업 이밸류에이트파마는 미국 두경부암 치료제 시장이 2023년 16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서 2028년 27억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더불어 LG화학은 악액질 타깃 항체 치료제 ‘AV-380’ 임상 1b상을 진행, 계열 내 최초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악액질은 소화기관 암 환자 80% 겪는 합병증으로, 음식을 섭취해도 체중이 줄고 근육이 손실되는 질환이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신규 항암제 ‘LB-LR1109’의 미국 임상 1상을 연내 진행한다. LB-LR1109는 LILRB1를 억제하는 기전의 단일 항체 신약 후보물질이다.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면역계 회피(면역관문) 신호 분자인 LILRB1과 암세포에서 발현돼 면역세포의 공격을 막는 단백질인 HLA-G의 결합을 방해해 체내 면역세포의 전반적인 기능을 동시다발적으로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는 이들 임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R&D 비용도 확대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용 2800억원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1140억원을 생명과학부문에 할애했다. 매출 비중이 2.4%에 불과한 생명과학부문에 대규모 R&D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생명과학부문 성장세 역시 빠른 편이다. 지난해 LG화학 생명과학부문 매출은 전년(9090억원)대비 약 30% 증가한 1조1834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 미국 내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제약사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주요 매출산업인 케미컬 부문들이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수익 축소가 예상되면서 회사는 생명과학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며 “현재 개발중인 항암제들이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매년 수천억원씩 성장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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