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ory]로봇 스타트업 에니아이, 왜 캐드 기반 협업을 경쟁력으로 강조하나
||2025.06.10
||2025.06.10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하드웨어 설계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협업이 활발하지 않다고 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협업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협업을 장려하는 문화도 부족하다.
그럼에도 설계 쪽도 협업이 갖는 전략적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햄버거 조리 로봇 알파그릴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니아이는 회사 경쟁력 중 하나로 캐드(CAD) 기반 협업 역량을 꼽아 눈길을 끈다.
이강규 테크리드는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캐드 기반 협업 환경을 통해 품질과 비즈니스 프로세스 속도 모두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협업이 회사 전략에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에니아이는 제품 설계 담당자들은 물론, 생산, 미국에 있는 필드 서비스 엔지니어, 품질 담당자들까지 캐드를 중심에 놓고 오해하지 않고 커뮤니키이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신규 직원들이 업무에 보다 빨리 합류하고, 고객 요구에도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이강규 리드는 "멀티탭 오른쪽 구멍이 넓어야 한다와 같은 얘기를 해야 할 때 같은 말을 놓고 개발과 생산 현장 간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캐드 기반 협업을 통해 이같은 괴리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플랫폼들이 많이 쓰이고 있는 만큼, 설계 중심 협업도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 같아 보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캐드 중심 협업 환경을 꾸리는게 생각보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오랫동안 쌓아왔던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가 조직 입장에선 작지 않은 일이고 협업을 지원하는 플랫폼 구축에는 상당한 비용도 요구된다. 개발부터 하는게 중요한 스타트업이 캐드 기반 협업을 우선순위에 두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이강규 리드는 "스타트업에겐 생존이 중요하고, 기술 부채를 일단 안고 가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들 중 에니아이처럼 캐드 기반 협업 플랫폼을 구축한 곳은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흔치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에니아이가 캐드 기반 협업에 적극 나선 건 어차피 해야될 일이여서였다. 에니아이 알파그릴(Alpha Grill)은 패티 조리 단계에 쓰인다. 시간당 200개까지 패티를 조리할 수 있어 식당에서 가장 바쁜 시간대 주문량을 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가 '알파그릴'를 현장에 이미 도입해 활용 중이다. 에니아이는 매년 직원수가 두배 가까이 늘 정도로 성장 속도도 빠르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강규 리드는 "알파그릴엔 많은 부품들이 들어가는데 설계 엔지니어, 생산 현장, 품질 관리자, 필드 서비스 인력들이 글로벌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면 캐드 기반 협업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니아이는 다쏘시스템 플랫폼 기반으로 단계적으로 캐드 기반 협업 환경을 구축해왔다. 큰 그림을 그리고 한꺼번게 구축하기 보다는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도입하는 접근 방식을 취했다.
설계툴인 솔리드웍스로 시작해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솔루션인 에노비아, 시뮬레이션 솔루션 시뮬리아도 도입하며 협업 환경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캐드 기반 협업은 에노비아 도입으로 본격화됐다. 에노비아(ENOVIA)는 다쏘시스템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모듈 중 하나로 제품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협업, 데이터 관리, 지식 공유를 가능케 한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기업들이 제품 개발, 제조, 서비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강규 리드는 "에노비아를 통해 솔리드웍스 캐드 관련 정보, 메타 데이터까지 관리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있는 필드 서비스 엔지니어들도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플랫폼에 있는 데이터를 보면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노비아 도입 후 에니아이 협업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예전에는 직원이 늘면 협력하기는 어려워졌는데, 지금은 사람이 많아질 수록 일을 더 빨리할 수 있게 됐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강규 리드는 "에노비아 도입 전에는 신규 직원 온보딩에 상당한 품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다르다. 신규 개발자가 들어 와도 클릭 한번으로 맞춤형 개발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선 신규 입사자가 첫날부터 생산성 향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캐드와 BOM(Bill of Material, 자제 명세서)를 활용한 실시간 협업도 에니아이가 강조하는 포인트다. 이강규 리드는 "솔리드웍스만 사용했을 때는 파일 시스템 기반이라 2명이 파일을 다루는게 힘들었는데, 에노비아 공유 대시보드를 통해 몇 시간 만에 BOM을 다룰 수 있는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설계 중 자재들이 어떻게 쓰일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에노비아는 원자재 관리 기능도 제공, 개발팀과 생산팀이 보다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에니아이는 여러 브랜드들에 알파그릴을 납품하고 있는데, 고객들 요구 조건이 다를때도 있다. 에노비아를 통해 다양한 요구에도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캐드 기반 협업은 플랫폼 뿐만 아니라 기업 문화도 중요하다. 이강규 리드는 "제품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에니아이는 스타트업이라 담당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 협업에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AI도 중요한 키워드다. 이강규 리드는 "설계 업무에도 AI를 많이 쓰고 있고, 다양한 리뷰 요청들에 대응하는데도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에니아이는알파그릴과 연동된 알파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알파그릴 운영에도 AI를 적극 활활용하고 있다. 이강규 리드는 "프랜차이즈들이 알파그릴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레시피도 업데이트할 수 있다. AI를 통해 햄버거 패티가 얼마나 잘 구워졌는지 인지하고 고장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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