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반토막에도 안 팔리는 中 전기차⋯‘제2의 헝다 사태’ 우려
||2025.06.09
||2025.06.09
중국 자동차 산업이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앞세워 출혈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판매 부진에 따라 폐업한 전기차 회사가 새로 출범한 회사를 추월, 전체 전기차 기업 수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의 상징인 헝다를 빗대어 “제2의 헝다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자동차 산업을 휩쓸고 있는 가격 인하 전쟁이 이미 자동차 회사 주가를 폭락시켰다”며 “중국 당국이 개입에 나섰음에도 자동차산업 붕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우려의 목소리는 2분기부터 본격화했다. 지난달 23일 창청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중국 자동차산업에는 이미 ‘헝다 위기’가 닥치고 있다”며 “업계가 주가를 올리는 데만 열을 올리면서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몇 년 사이에 22만 위안(약 4200만 원)짜리 차 가격이 12만 위안까지 떨어졌다"면서 "가격이 반 토막 났는데 품질을 담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가스구(Gasgoo)자동차연구소’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업체 평균 생산 가동률은 49.5%에 불과했다. 가동률을 절반 수준까지 낮췄음에도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결국 업계는 재고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가격 인하를 앞세워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선두주자인 비야디(BYD)가 2023년 선보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친 플러스 DM-i’는 2년 만에 가격이 46%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 티구안의 28% 가격 인하를 크게 웃돈다. 올 하반기 가격은 출시 당시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출혈 경쟁이 잇따른 제조사 붕괴로 이어질 우려도 커졌다. 컨설팅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중국은 수요 감소와 극심한 과잉 생산이 맞물려 잘 나가는 브랜드는 수익이 감소하고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전기차 제조업체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음에도 업계는 여전히 생산능력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는 설비 과잉에 시달리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시장의 무분별한 가격할인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으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에 시장의 불안도 커져 BYD는 지난달 말 고점을 기록한 이후 시가총액이 215억 달러(약 29조 원)나 증발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를 통해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 공급이 넘치면서 가격이 극단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라며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 자동차업계에서 대대적인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랜드 신뢰도의 하락도 풀어야 할 과제다. 중국차는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서 ‘낮은 품질의 저가형 복제 자동차’라는 굴레를 단박에 벗어났다. 뛰어난 기술 발전을 앞세워 선진 제조사를 바짝 추격한 것이다. 그러나 잇따른 가격 인하로 시장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차의 위기는 기술이 아닌 브랜드 신뢰도에 달린 셈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소비자는 다음 달이면 또다시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자동차를 지금 사야 하는지 혼란을 겪고 있다”라며 “제조사들은 생존을 위해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품질과 안전ㆍ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감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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