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플랫폼 사전 규제’… 더 강력한 ‘온플법’ 온다
||2025.06.07
||2025.06.07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주요 공약이었던 플랫폼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핵심은 ‘사전 지정제’ 도입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일 대통령 대선 공약집을 살펴보면 이재명 정부의 온플법은 전 정부가 발의했던 ‘사후 추정제’ 기반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보다 규제 수위가 더 높은 강경한 내용이 담겼다. 온플법은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소상공인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핵심 쟁점은 과거 업계 반발로 무산됐던 ‘사전 지정제’의 부활이다.
‘사후 추정제’는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 뒤, 해당 플랫폼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를 판단해 제재하는 방식이다. 기업의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으나 위법 행위에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반면 ‘사전 지정제’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플랫폼 사업자를 정부가 사전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규제하는 방식이다. 시장 가치 10조~30조원 이상, 연 매출 3조원 이상, 월간 이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등의 기준이 적용된다. 구글, 애플 등 해외 빅테크를 비롯해 카카오, 쿠팡,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는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흐름을 따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전 지정제에 준하는 규제를 도입해, 초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강력히 견제해 왔다.
일본은 2021년부터 ‘디지털 플랫폼 투명화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을 통해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EU는 앱스토어에서 제3자 결제를 제한한 애플에 5억유로(약 56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계는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혁신과 성장의 여지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테무, 구글 등은 국내 진출 이후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어려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지속돼 왔다”며 “사전 지정제가 도입될 경우 국내 기업의 성장 동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플법 도입의 부작용으로는 혁신 저해와 산업 경직화를 꼽을 수 있다”며 “규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알고리즘 공개 의무는 지식재산권 보호에 취약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플랫폼 기업은 법적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워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며 “오히려 대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소비자 편익 감소로 연결되는 구조적 문제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온플법이 미국 측에서 ‘비관세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온플법 제정을 디지털 통상 장벽으로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 특히 사전 지정제 도입 움직임에 대해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접근을 제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글·애플·아마존 등이 소속된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한국 정부에 법안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이를 한·미 통상 협상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 교수는 “외국계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서 온플법 적용을 받을 경우, 미국 정부가 이를 차별적 조치로 간주할 수 있다”며 “이러한 규제 이슈는 향후 한·미 간 관세 협상에서 우리 정부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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