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경제다… 콘텐츠 산업 ‘국가전략산업’ 격상 [이재명 시대]
||2025.06.05
||2025.06.05
이재명 정부가 K컬처 육성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만석 규모의 스타디움급 K팝 공연장 건립을 비롯해 방송·영상·웹툰·플랫폼·AI 기술까지 K콘텐츠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문화가 곧 경제이고 문화가 국가 경쟁력이다”라며 “대한민국의 문화산업을 더 크게 키워 콘텐츠의 세계 표준을 다시 쓸 문화강국, 글로벌 소프트파워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정책공약에서 K컬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당시 이재명 후보의 1호 공약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습니다’였다. 해당 공약 목표는 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을 통한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과 K콘텐츠 지원강화로 글로벌 빅5 문화강국 실현 등 두 가지다. AI 육성은 사실상 세계 모든 나라가 기술패권을 위해 경쟁하는 분야다. AI 다음으로 K컬처가 배치된 건 상징적인 상황이다.
5만석 규모 K팝 공연장 설립 추진
이재명 정부는 다양한 K콘텐츠 지원 공약을 발표했지만 그중 가장 관심을 받는 건 5만석 규모의 스타디움급 공연장 건립이다. 5만석 규모의 공연장은 일본 도쿄돔(약 4만~5만석),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약 5만5000석),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약 9만석) 등과 비견될 정도의 규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규모 글로벌 콘서트가 가능한 전용 인프라 구축을 통해 K팝 아티스트들의 해외 시장 공략과 한류 공연의 세계 허브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음악업계에서는 세계적 인기에 비해 대규모 공연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고척스카이돔(약 2만~2만5000명), 상암월드컵경기장(약 5만명) 등 기존 시설로는 K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반면 일본,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 방탄소년단(BTS), 비욘세 등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5만석 이상 스타디움급 공연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5만석 규모 공연장 설립은 그동안 제기되어 온 공연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분석된다. 공연장은 보통 수용 가능한 관객 수를 기준으로 소극장(300석 미만), 대공연장(1000석 이상), 아레나급(1만5000~2만석), 스타디움급(3만명 이상)으로 구분된다. 국내는 인천 영종도의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유일한 아레나급 공연장이다.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2023년 말 개관하기 전까지 고척돔, KSPO 돔 등은 체육시설이 운용되지 않는 경기 비시즌에만 대관해 사용할 수 있었다.
‘K콘텐츠 성장엔진’ 구축
이재명 정부는 또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전담 콘트롤 타워를 구축한다.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한다. 이는 OTT와 기존 미디어(TV) 간 규제 형평을 맞추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웹툰 산업은 영상 콘텐츠와 같은 수준의 세제혜택을 적용하고 글로벌 진출 지원을 확대한다. 불법유통 방지를 위한 기반 강화와 창작권 보호도 병행한다. 지속가능 창작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미디어 창업 허브 설립, 콘텐츠 제작학교 신설 등도 추진한다.
또 K콘텐츠 플랫폼 육성을 위해 K글로벌 콘텐츠 펀드를 조성하고 IP 담보대출제도 등을 도입한다. 글로벌 유통 확대를 위해 동남아와 중동 등에 해외 거점을 구축하고 현지화도 지원한다. 현지화 등에는 AI 기술을 활용한다. AI 편집자막·합성 기술 보급, AI 콘텐츠 인력 양성, 기존 방송 인력 신기술 전환 교육 등을 통해 제작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인력을 양성한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아직 시작 단계라는 입장이다. 공약은 확정됐지만 그 공약이 세부 정책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대선 캠프에서 진행한 간담회 내용으로는 아직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할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콘텐츠 분야 전문가는 “문화강국을 추진한다는 콘셉트 자체가 광범위해 뭐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건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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